"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은 기어코 물을 건너셨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가신 님을 어찌할꼬." 고조선 시대 곽리자고의 아내인 여옥이 지었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다. 나루터에서 배를 손질하던 곽리자고는 백발의 광인(狂人)이 술병을 끼고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광인의 아내는 남편을 쫓아가며 말린다. 하나, 그는 깊은 강물에 휩쓸려 죽는다. 강은 삶과 죽음의 경계다. 백수 광부가 무사히 강을 건넜다면, 다른 세상을 만났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끼고 '탄핵의 강'에 빠졌다.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넜던 보수 정당은 8년 만에 그 강을 또 건너게 됐다. 탄핵의 강 앞에 선 국민의힘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사과는 없고, 변명이 앞섰다.
야당은 '조국의 강'으로 역행했다.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 전 의원은 16일 수감됐다. 그는 구치소 앞에서 "정권 교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며 한용운 시를 인용했다. 야당은 그를 옹호(擁護)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검찰권 남용에 희생되면서도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판결을 수용한 조국 대표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들에게 조국은 범죄자가 아닌 '민주 투사'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가관(可觀)이다. 그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조국을) 반드시 사면·복권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당시 그를 비호했다. 그러나 총선·대선을 앞두고 그를 내쳤다.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다시 '조국의 강'을 바라본다.
강은 세월이나 역사를 비유(比喩)한다. 고통과 씻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의 '레테의 강'은 망각을 뜻한다. 강은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데, 돌아오기도 한다. '탄핵의 강' '조국의 강' 앞에 다시 섰다. 그 너머 또 다른 강이 기다린다. 그저 하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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