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율과 금리 방정식, 해법 찾기 더 어려워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에서 4.25∼4.50%로 0.25%포인트(p) 낮췄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 소폭 인하에 그쳤지만 문제는 내년 인하 속도 조절이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지난 9월 전망치(3.4%)보다 높아진 것인데, 그만큼 금리를 천천히 내리겠다는 뜻이다. 당장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한미 금리 차이가 1.75%p에서 1.50%p로 다시 좁혀져 우리나라 금리 인하 여력(餘力)이 생겼지만 반대로 환율 압박은 훨씬 더 커졌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는 더욱 공고해진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비상계엄 사태 여파 수습을 위해 내년 2월이 아니라 1월부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워낙 경기가 어려우니 금리를 앞당겨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환율이 문제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천440원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발표 이후 19일 장중 1천45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환율 폭등이 두려워 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시장에 유동성(流動性)을 공급하지 못해 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반대로 금리 인하를 강행하면 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가 뛰면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터져나오고, 탄핵 정국 불안감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마저 줄고 있다. 희망적 신호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신호를 보내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기는커녕 갈등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 사령탑들은 '지켜보자. 믿어달라'는 읍소만 늘어놓고 있다. 환율 불안감을 최소화하려면 달러 유출(流出)부터 막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게 만들고, 개인 투자자가 미국 증시로 탈출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증시 부양책(浮揚策)을 늦지 않게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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