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무렵 "왜요?"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던 저는 쉽게 확신을 내릴 수 없는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지난 몇 년간 "모르겠다"라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이유가 필요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미래에도 미래를 알 수 없듯, 불안정한 것들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세계가 흔들립니다. 그들은 저를 두렵게 합니다.
첫 투고에 덜컥 당선되어 놀라움은 금세 부채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모르는 것이 제게 찾아온 것입니다. 다이어리 앞장에 써놓은 '올해가 가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에 줄을 그었습니다. 선명한 힘이 뒷장까지 새겨있습니다. 모르는 힘은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꾹 누른 자국 같은 것이요. 지금껏 그래왔듯 두려워하며 부딪히는 힘으로 떨릴 것입니다. 눈을 열고 귀를 넓히며, 그러한 힘이 앞으로도 저를 땅에 발붙이게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시를 읽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이든 가능성을 열고 격려해 주시는 학교의 선생님들께도 감사합니다. 같이 읽고 쓰는 학우들의 따스한 온기가 문학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낍니다. 불가해한 이야기들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시간을 견딘 나의 친구들, 문우가 되어준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과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잘 살아냅시다. 그리고 시의 세계를 처음으로 보여주신 선생님, 손을 잡아 바깥으로 끌고 나와준 Y, 인생의 많은 시간을 뭉쳐 지나온 긴밀한 친구들과 희연, 소담에게,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애정하고, 미워하고 또 미안한 엄마, 아빠,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어두워진 기운이 가시도록 마음에 촛불을 밝히고 다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쓸 준비의 준비를 합니다. 오래된 노트북이 무사히 켜지길 기다리며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을 주문합니다. 노트북의 모니터가 환해질 때까지, 얼마간 이러한 공상이 떠올랐다 금세 사라집니다.
〈약력〉
-2003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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