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됐던 군이 '전쟁 범죄'로 규정되는 등 국제조약상 사용이 금지된 무기도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군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방사 1경비단 35특수임무대대는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 3일 산탄총용 슬러그탄 HP(할로 포인트)형을 30발 불출했다.
HP형 탄환은 인체 내에서 팽창하거나 펼쳐져 보통의 탄환보다 상처가 크게 나도록 만들어진 특수 탄이다. 이에 관통력은 떨어지지만, 명중하면 살갗이 크게 찢어져 극심한 고통을 주는 비인도적 탄환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89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1차 만국평화회의는 이같은 총탄 사용을 금지하는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현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과 법규 적용 원칙, 가입국 책임 등을 규정한 국제조약인 'ICC에 관한 로마규정'에서 HP탄 사용을 '전쟁범죄'로 규정해 금지한다.
수방사 1경비단 35특수임무대대는 또 중요시설과 장비를 폭발시켜 파괴하는 군용 콤포지션(C-4) 폭약, 시야와 청각을 교란하는 섬광폭음 수류탄 등도 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포함해 수방사와 특전사, 국군정보사령부 등에서 같은 날 불출한 탄환은 실탄과 공포탄 등을 포함해 총 7만5천806발, 투척물·폭발물 418개였다. 다만 국군방첩사령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이들이 불출한 무기는 제외한 수치다.
탄환의 불출 사유도 눈여겨 볼만 하다. 특전사 9공수여단은 5.56㎜ 보통탄(실탄) 2만1천840발을 불출했는데, 사유는 '국지도발 대비 작전'으로 명시됐다. 이 외 다른 부대는 '비상상황', '비상계엄령 불출' 등을 탄약고 제원카드에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의원은 "비상상황과 국지도발을 목적으로 불출된 탄환 규모를 봤을 때 군은 국지전 등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태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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