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실적을 바라보는 증권가 눈높이가 다소 낮아졌다. 반도체 수요가 인공지능(AI)으로 쏠리고 기존 IT 쪽은 둔화하는 양극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IT 수요 부진이 심화한 영향이다.
◆ 삼성 DS부문 영업익 3조∼4조원대 예상
22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 실적 전망(컨센서스) 평균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5천800억원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작년 4분기의 2조8천247억원보다는 3배 이상(203.75%) 늘었지만, 전 분기의 9조1천834억원와 비교하면 6.57% 줄어든 수준이다. 앞서 지난 10∼11월 집계한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9조7천666억원보다는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최근 실적 기대치가 낮아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전 분기(3조8천600억원)와 비슷한 3조∼4조원대로 추정한다.
스마트폰, PC 등 전통적인 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주력인 레거시(범용) 메모리의 수익성 악화가 길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레거시 D램 가격은 수요 부진 속에 중국 메모리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저가 물량 공세와 맞물려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AI칩으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도 아직 삼성전자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HBM의 단기 실적 기여도가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범용 수요 부진에 대한 가격 하락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배경을 분석했다.
◆ 역대급 실적 SK하이닉스도 기대치는 낮아져
HBM 1위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최대 분기 실적이 예상되지만 기대치는 조금 낮아졌다.
12월에 나온 실적 전망을 기준으로 집계한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 분기보다 10.59% 증가한 7조7천742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 부문을 뛰어넘고, 연간 영업이익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10∼11월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8조1천117억원보다는 4.16% 감소한 수준으로, 시장 눈높이는 소폭 낮아졌다. 고부가 제품인 HBM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으나,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강한 수요가 확인되는 AI 서버 시장과 대조적으로 모바일, PC 등 전통 수요처 부진이 기존 예상 대비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글로벌 메모리 3사로 꼽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업계 실적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마이크론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2025 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이 79억달러로 월가 전망치를 10% 이상 밑돌았다.
반도체 업계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은 HBM의 강세에도 스마트폰과 PC 수요 침체로 실적 전망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2분기 실적에 대해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향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PC 등의 고객사 재고조정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D램과 낸드 모두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감소 폭이 5%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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