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백강의 한국 고대사] 중국 공산당의 3차에 걸친 한국 고대사 테러, 무엇을 노리나

"中, 중화민족 패권주의…중화주의 주입 극히 위험한 발상"
대학 교재 '중화민족공동체 개론'…"고구려 발해, 중국 변방사' 주장
시진핑 "한국, 중국의 일부" 망언…정부는 반박 성명 하나 내지 않아
최근 중국 한국 비자 면제 조치 "반중 감정 고조 무마 위한 꼼수"
"수도 북경 고조선, 고구려 고토 이론 정립 '중원공정' 가르쳐야"

중국사회과학원 주최로 열린 동북공정 관련 학술회의.
중국사회과학원 주최로 열린 동북공정 관련 학술회의.

중화민족공동체개론
중화민족공동체개론

◆중국 공산당의 3차에 걸친 한국 고대사 테러

중국 공산당은 2002년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에 중국변강사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어용학자들을 동원해 한국의 고구려사가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 이론을 날조했다. 이는 우리 역사의 뿌리를 송두리째 훼손한 것으로서 중국 공산당의 한국사에 대한 제1차 테러라고 말할 수 있다.

시진핑은 2017년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함으로써 동북공정 이론을 중국의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세계에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의 망언은 한국사에 대한 제2차 테러에 해당한다.

중국 공산당은 2023년 12월 '중화민족공동체 개론'(고등교육출판사)이란 이름으로 발간된 대학교재에 고구려, 발해사가 중국 변방사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 이론을 실었다. 또한 그것을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넷강좌를 개설했다는 사실이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었다.

동북공정 이론을 일부 학자가 논문을 써서 발표하고 저서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독자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를 교과서에 실어 전국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고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에게 홍보한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앞으로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아닌 중국 역사라고 중국의 14억 인구가 입을 모아 세계를 향해 떠든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중국 공산당이 한국사에 대해 자행한 제3차 테러가 된다고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 비자 면제 조치를 전격 단행하여 한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는 역사테러로 인해 발생할 한국인의 반중 감정의 고조를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고 여겨진다.

한국의 정부와 국민은 이런 얄팍한 잔꾀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저들이 한국사에 대해 연이어 테러를 자행하는 숨은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신중히 파악해야 한다.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시민대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망언을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공은 시진핑 집권 이후 중화주의를 앞세운 한족 중심의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며 중국 패권주의를 지향한다.

그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소수민족 언어의 교육을 억제하고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을 편찬하여 대학생들에게 중화주의를 주입시키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이 한족 중심의 중화민족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역사상의 중국은 한족이 만든 국가가 아니라 동이족과 한족이 공동으로 이룩한 것이다. 따라서 진정 중국민족의 공동번영을 원한다면 중화민족공동체가 아니라 한족과 동이족 즉 화이민족공동체의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

중공이 고구려사가 중국의 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 이론을 중국 교과서에 실어 가르치는 것은 한국민족이 독립된 민족이 아니라 중화민족공동체의 일원임을 못 박아서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야심의 노골적 발로이다.

장차 한국의 국가와 민족과 역사를 송두리째 집어삼키게 될 중공의 마수를 똑바로 인식하고 올바로 대처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하여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역사의식 없는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

일본의 왜족은 우리의 강토를 유린했지만 역사를 빼앗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35년 만에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 중공이 우리의 역사를 빼앗으려 드는 것은 일본이 우리의 강토를 짓밟은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안이다. 역사를 빼앗기면 국가도 민족도 모두 다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식이 몹시 빈약한 한국정부는 역사를 빼앗긴다는 것이 국가와 민족에게 어떤 치명타를 가져다주는 것인지 전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을 했을 때도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지금은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교과서에 실어 역사테러를 자행하는데도 말 한마디 없이 숨죽이고 있다.

특히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공정 대응을 위해 한국국민 세금으로 만든 국책연구기관이다. 지금 단군 이래 우리민족 최대의 심각한 역사테러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이는 직무유기를 넘어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것 아닌가.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시민대회.

◆국본을 뒤흔들어도 조용한 한국, 중국은 한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볼까

고구려사는 한국사의 척추에 해당한다. 고구려 이전의 역사는 고구려에 귀결되고 고구려 이후의 역사는 고구려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구려사 없는 한국사는 생각할 수 없다. 한국사에서 고구려를 가져가면 다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중공은 저렇게 고구려사를 빼앗아가려고 발악하는 것이다.

국본을 뒤흔드는 이런 엄청난 사건이 만일 일본을 상대로 벌어졌다면 도교 시내에서 할복하는 자가 줄을 이을 것이다. 선비족 당태종의 당나라가 한국사라고 한국 교과서에 실어 가르친다면 중국 정부는 강력항의는 물론 한국과의 단교 조치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한국국민은 중국대사관에 항의하는 사람 하나 없고 한국정부는 반박성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런 한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볼 것인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현실화 된다면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몇 줄의 글이 중국의 대학교재에 실렸다고 해서 당장 한국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르짖는 시진핑의 꿈이 현실화되고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배운 학생들이 중국을 이끌어가게 된다면 한국의 국가와 민족과 역사가 계속 지상에서 존속하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지금 한국의 5천만 민족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한국의 고대사를 지키는 데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한반도는 중국의 여러 성 중의 하나의 성이 되고 한국민족은 중국의 57개 민족의 한 민족이 되고 한국역사는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 엄중한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수 양제는 국력을 기울여 고구려를 3차에 걸쳐서 침략했고 그로 인해 수나라가 결국 망하고 말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당나라가 다시 공격을 개시하여 고구려를 끝내 멸망시켰다.

발해만을 깔고 앉아 대륙을 지배했던 우리민족은 고구려가 망한 이후 중국 한족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약소민족으로 전락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국이 독립 국가 한국의 고구려사를 집중 공략하여 3차에 걸친 테러를 자행한 것은 결코 예사로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이 지난날 존화양이(尊華攘夷) 사관을 통해 중화를 높이고 동이를 배척한 일은 있지만 한국의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하고 그것을 아예 중국 교과서에 실어서 가르치는 것은 단군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국가와 국민은 국본을 뒤흔드는 오늘의 이 엄중한 사태에 직면하여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번에 중공이 발행한 대학교재에서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동북 방향에는 앞뒤로 고구려와 발해 등 중국의 변방정권이 있었다. 저들은 모두 한문과 한자를 사용했고 역대 중앙왕조의 책봉을 받았다.위진 이래 고구려 무덤 중의 벽화에서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및 복희 여와 등 선명한 중화문화적 흔적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고고학적으로 발견되었다.(東北方向 先后有高句麗渤海國等 邊疆政權 他們均行漢文漢字 接受歷代中央王朝冊封 考古發現 魏晉以來 高句麗墓葬中的壁畫 多保有靑龍白虎朱雀玄武 及伏羲女媧等 鮮明中華文化印記)"

위의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고구려 발해가 중국 문자인한문 한자를 사용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왕조의 책봉을 받았다는 것이며 셋째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발견된 복희, 여와 등은 중화문화적 흔적을 다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공이 고구려, 발해가 중국의 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는 뜯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유방이 세운 한나라 역사는 2천여 년에 불과하고 3천500여 년 전부터 중국에는 문자가 사용되었다. 한문과 한자는 중국의 한족이 만든 문자가 아니라 동이족이 창조한 문자이다. 동이족 은나라의 갑골문이 한자의 원류이고 최근에는 갑골문 이전에 동이족이 만든 골각문자가 산동성에서 발굴되었다. 따라서 한문 한자의 사용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란 구실이 될 수 없다.

둘째 고대사회에서 조공 책봉은 상호 교류를 위한 극히 의례적이고 외교적인 행사였고 중앙정부의 지방정부를 향한 지배적인 행정 조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셋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발견되는 복희 여와는 그것이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정권임을 증명하는 근거가 아니라 고구려가 중국과 다른 동이족 국가임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중화의 시조는 황제헌원씨인 반면 복희 여와는 동이족의 시조로 인정되고 고구려는 동이족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북공정 이론이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몹시 허술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저들의 동북공정 이론에 맞서는 중원공정, 즉 중국의 수도 북경이 고조선, 고구려의 고토였다는 확실한 이론을 정립하여 내년부터 중,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어 가르치고 세계에도 널리 알려야 한다.

단군 이래 초유의 역사 참사를 맞아 홍익인간 정신으로 건국된 빛나는 한국사를 지켜내고 이를 자손만대에 전해주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민족적 사명이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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