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5만 표를 이겼다. 치열했던 선거로 뒤끝이 남았다. 국회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추궁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고들었다. 결국 국회가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고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이 대표는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이 유죄 여부를 판단한다. '탄핵 리스크'와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됐다.
문제는 시간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내년 6월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내년 5월 중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다퉈서 시간을 끌려고 한다. 이 대표 처지는 정반대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윤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서를 받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드러눕기'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내전(內戰) 중이다. '윤석열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12월 2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9.7%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의 68%가 비상계엄은 내란(內亂)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윤석열계' 대척점(對蹠點)에 '이재명계'가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바란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시행되면 이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 대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1천600만 표를 얻었다.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지대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의 속내를 알 수 없으나, 이 두 사람은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르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린다. 민주당에는 '비이재명계'가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다. 이 '3김'은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못 나오는 상황에 대비해서 몸을 풀고 있다. 이 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의원, 이준석 의원도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과 이 대표 징역형을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권력의 진공(眞空) 상태다. 검찰, 경찰, 국방부, 공수처가 재빨리 움직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가 꾸려졌다. 공수처는 경찰, 국방부와 '공조수사본부'를 만들었다. 이야말로 '본부 시대'다. 언론, 시민단체, 노동조합, 교수, 연예인, 유튜버도 끼어들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7천 개다. 대통령이 영향을 미치는 '자리'는 2만 개다. 이기는 편에 서면 권력 부스러기를 얻는다.
여론이 정치적 내전의 승자를 결정한다. 이 싸움은 사람이 화력(火力)이다. 그래서 언론을 이용하고 군중을 동원한다. 언론이 이용만 당하지는 않는다. 여론을 만들어서 이기는 편에 붙기도 한다. 군중이 승패를 결정짓지만 얻는 것은 없다. 처음부터 이들의 몫은 없었다. 언제나 전리품(戰利品)은 '꾼들'에게 돌아간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전에도 경제는 나빴다. 작년 자영업자 폐업 건수는 91만 건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9.5%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도 크게 늘었다. 올해 경매 건수가 13만 건인데 이는 2013년 이후 최대다. 라면 소비가 1%포인트(p) 감소했다. 과자 소비는 6.6%p나 줄었다. 반면 소주 매출액은 4.3%p 증가했다.
정치적 내전이 계속되면 경제는 더 나빠진다. 불황(不況)은 서민(庶民)에게 가혹하다. 부자들은 불황 때 '줍줍'한다. 옛날부터 흉년에 부자들은 싸게 땅을 사서 재산을 늘렸다. IMF 외환위기 때도 부자들이 헐값에 부동산을 사들였다. 국민이 냉정해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자. 어떤 정치인이 몰락해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일 뿐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머슴이다. 새로운 머슴을 들이면 된다. 머슴은 많다.
이 싸움의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정파(政派)가 권력을 차지하든 서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권력 상층부만 바뀐다. 내년 나라가 더 혼란하고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다. 온갖 군상(群像)의 역겨운 행태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잘 버티자. 삶은 견디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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