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박헌경] 사법의 시간, 개헌의 시간: 위기는 기회다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로 제6공화국 헌법이 선포되면서 우리나라는 그때부터 약 20여 년간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잘 작동된 민주주의의 황금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듯이 모든 현상과 제도는 절정을 지나면 쇠퇴하고 흥망을 되풀이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제6공화국 헌법은 대통령 1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지나친 특혜로 그 시대적 용도가 다했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상대편에 대한 관용, 권한 행사의 절제와 자제, 그리고 타협과 소통에 의하여 지켜질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하여 권력을 남용하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하여 입법권력을 남용하였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가치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라 국민을 분열시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하여 다수결원칙을 스스럼없이 남용하여 입법 독재에 의한 특검 정국, 탄핵 정국으로 나라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헌법상 국회의 탄핵소추에 맞설 수 있는 국회해산권이 없는 윤 대통령은 급기야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불법적 비상계엄을 발동함으로써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었고 대통령 직무집행이 정지되었다.

대한민국의 저급한 3류 정치로 인하여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도 어렵다는 소리가 들리고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내년은 경제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엄혹한 시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시작되었고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도 시작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재판 기간은 강행 규정은 아니지만 최장 6개월로 되어 있고,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재판도 항소심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6개월 내로 마치도록 되어 있다. 사법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나란히 사법부 판결에 달려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서로 헌재와 법원의 서류를 송달받지 않는 등 경쟁적으로 재판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 누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재판을 끌고 버티는가 하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 이은 제2라운드 결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사법부는 중심을 잡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사법부가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공정, 공평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과 대법원의 이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같은 날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여야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는 현 '탄핵 정국'이 개헌의 적기라고 하면서 조속히 개헌 절차에 착수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하고 선(先)개헌, 후(後)대선을 제안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야권에서도 이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대선 공약 등을 통해 개헌 주장을 펼쳐 왔다. 그런데 계엄으로 뜻하지 않은 탄핵 정국이 벌어져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지게 되자 이재명의 민주당은 입장을 달리하여 "지금은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개헌 논의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개헌의 적기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상당한 기간 개헌을 준비해 왔고 여야 간 어느 정도 접근이 된 개헌안도 있다. 개헌은 실권을 가진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거나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있는 경우에는 그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내려놓고 개헌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과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같은 날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이때가 하늘이 대한민국에 준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판결 결과는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탄핵과 재판과는 별개로 그때까지 개헌 준비를 거의 마쳐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이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제7공화국 헌법이 공포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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