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국가철도공단의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에도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대구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1일 늦은 오후 동대구역 광장 앞에 박정희 동상 설치를 마쳤다. 시는 오는 23일 제막식을 실시할 예정으로 현재 박정희 동상 인근의 시민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13일 대구지방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설치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동대구역 고가교는 국가 소유 토지에 설치된 구조물로 공단 소유라며 법원에 대구시가 공사를 강행할 시, 위반 행위 1일당 500만원을 부과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공단은 대구시에 지난달 13일과 26일, 지난 6일 등 세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며 추가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협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구시는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광장의 관리권이 대구시에 있다는 입장이다.
소식을 들은 시민단체는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이하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동상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동상을 보호해야 하는 대구시 관계자와 범시민운동본부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인력 60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했던 박정희의 동상을 세우는 건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퇴행"이라며 "박정희를 앞세워 보수를 자극하고, 차기 대선 자리를 노리는 속셈이 분명하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또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 할지라도,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마저 용납하는 도시는 아니다"며 "당장 동상을 치우고, 홍준표 시장은 시장직을 조기에 내려놓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뒤이어 범시민운동본부가 박정희 동상 및 주변 기물에 분필로 낙서를 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범시민운동본부는 동상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동상 주변에 '독재자 동상 웬말이냐', '홍준표는 물러나라'는 문구와 욕설을 남겼다.
이날 현장에 나온 20여 명의 대구시 관계자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충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0대 여성 A씨는 "박정희 동상을 설치한다는 소식만 들었지,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대구 시민이라면 무조건 찬성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격렬히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60대 남성 B씨는 동상 설치를 반대할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B씨는 "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 덕에 크게 성장했기에, 동상을 세워 충분히 기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더 크게 만들었으면 하는데, 설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
범시민운동본부의 기자회견과 동상 제막식으로 인해 통행이 막히자,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들은 길을 찾지 못하고 동상 근처로 접근했다가, 출입이 통제됐다는 사실을 알고 관계자에게 항의했다.
한편 제막식이 이뤄지는 23일 오전에도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23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범시민운동본부 역시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긴급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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