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의 여파로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매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자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경매 법정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중한 투자를 위한 전략적인 접근과 옥석을 가리기 위한 시세 및 권리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19명 입찰…곳곳에서 탄식
1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입찰법정. 사람들이 게시판에 붙은 입찰사건 목록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경매 매물은 아파트, 빌라, 전답, 상가, 근린시설, 자동차 등 다양했다. 연령대도 중장년층부터 2030세대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요즘 들어 경매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이 많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10분쯤 입찰이 마감됐다. 이날 경매가 진행될 매물은 45개에 달했으나 실제 입찰이 들어온 매물은 13개에 그쳤다. 곧이어 집행관이 대구 북구 한 아파트에 19명이 입찰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법정 안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법정을 찾은 응찰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이 아파트에 입찰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많은 응찰자가 모인 이 아파트는 4억원대에 낙찰됐다. 후순위와의 차이는 2만원에 불과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실감케 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대구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3천639건으로 역대 최고치인 2010년 3천397건을 이미 초과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한 것이다. 임의경매는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법적 절차를 말한다. 금융기관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임의경매 절차에 돌입한다.
대구의 임의경매는 2022년 1천674건에서 지난해 2천678건으로 1년 만에 60%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3만4천173건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이 남았지만 1∼11월 누적으로 이미 2013년(14만8천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임의경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매 물량도 폭증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009년 1월(288건) 이후 약 16년 만에 최다인 267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3천408건으로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3천400건이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떨어지는 낙찰가율…80% 아래
경매에 익숙한 업계 관계자들은 '돈이 되는 물건'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감정가와 비교해 실제로 얼마에 낙찰됐는지를 보여주는 낙찰가율은 지난달 들어 10월보다 3.5%포인트(p) 떨어진 78.8%를 기록했다. 지지옥션은 "대구는 올해 처음으로 80%선 아래로 무너졌다"며 "기존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매물들이 경매로 넘어오면서 전반적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의 한 경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요즘 시기"라며 "경기가 어려울 때 경매 시장에 초보자가 많이 온다. 초보자들은 사설 경매 학원에서 잠시 배우고 참여했다가 큰 수익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값어치를 모르고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매 컨설팅 업체 관계자도 "예전 호황기에 비하면 전체적인 매물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요즘 장이 좋지 않고 대출 규제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많이 없다. 양극화도 심해졌다.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높고 구축이거나 외곽인 곳은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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