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찾은 대구제3산업단지에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적막감이 감돌았다. '공장 매매', '공장 임대'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가동을 멈춘 몇몇 공장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상태였다. 소재 기초공정에 해당하는 '뿌리산업' 분야 영세기업이 밀집한 이곳의 체감 경기는 급격히 얼어붙어 있었다.
금속 후공정 처리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41) 씨는 "이달 초에는 오전 작업만 할 정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도 인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물량을 받아도 공장을 가동하는 데 부담이 더 크다. 은행 금리는 여전히 높고 당장 내년에 자금난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3∼12일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금융 이용 및 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했다'는 답변이 47.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31.7%)에 비해 15.5%포인트(p) 높은 수치다.
특히 매출액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악화했다'는 답변이 기업 규모별로 보면 소기업은 55.2%, 중기업은 35.5%로 집계됐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판매 부진과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이 지목됐다. 중소기업에 가장 절실한 금융지원 과제로는 '금리 부담 완화 정책 확대'가 38.6%로 가장 많이 꼽혔다.
최근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대출금리 변동 여부에는 '변동 없음' 응답이 49.4%를 차지했다. 금리 인하 효과를 산업계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한국은행 적정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1.2%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동결' 응답은 34.8%를 차지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려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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