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볏단 끌어안은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제막식 둘러싼 시민단체 반발 여전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동대구역 광장서 반대 기자회견
대구시 "내년 초 소유권 대구시로 이전"…동상 적법성 논란 일축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진통 끝에 23일 오후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제막식을 앞두고 야권과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자 보수 성향 단체도 맞불 집회를 열면서 한 때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이하 범시민운동본부)는 제막식을 앞두고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긴급행동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최 측 추산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경찰은 이들과 보수 단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인력 400명을 투입했다.

범시민운동본부 집회 참여자들은 '박정희 동상 절대 반대' '세워야할 것은 대구의 미래' '홍준표 시장 규탄한다' 등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발언대에 오른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본인이 가는 정치의 이정표로서 박정희 동상을 앞세웠다"며 "21세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엄창옥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 중에서도 최고의 친일파"라며 "대구 시민으로서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을 세운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에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인 구국대구투쟁본부 측 집회 참여자들은 맞은편에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건립 환영' '박정희는 자유대한민국이다' 등이 쓰인 현수막과 태극기를 들고 동상 건립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일제히 '이재명 구속' '민주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일부 보수 단체 시민들이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자 경찰이 단체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막아서는 상황도 연출됐다.

한편 박정희 동상 제막식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오후 2시쯤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됐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홍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 동상 건립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동상 설치와 관련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대구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 홍 시장은 "대구시는 2017년부터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관리권을 이양받아 115억원을 들여 동대구역을 조성해왔다"며 "내년 초 정산이 끝나므로 소유권이 시 쪽으로 넘어오고 적법한 시의 조례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야권 및 시민 단체 측이 박정희 동상 철거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동상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범시민운동본부 측은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동대구역 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연합뉴스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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