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대구, 경북의 전시를 둘러보는 것으로 이어온 매일춘추의 마지막 칼럼 게재가 다가왔다. 여러 전시장들을 짧은 글에 담으며 우리 지역에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이 존재했었음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늘 마지막 칼럼에서 현재 내가 큐레이터로 머물고 있는 전시공간인 아트리움 모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트리움 모리는 2022년 경북 성주의 월항면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그 해 겨울, 처음으로 아트리움 모리와 인연을 맺었던 날을 기억한다. 지역 내의 웬만한 전시 공간의 소식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던 '아트리움 모리'라는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며 성주로 향했다. '이런 곳에 전시장이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널찍한 부지의 공간이 짜잔 나타난다. 전시 공간인 아트리움 모리와 카페 트리팔렛 총 2동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꽤 잘 지어진 멋진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 아트리움 모리는 185㎡ 규모의 전시장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의 작가를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 전시공간에서 이제는 전국 규모의 청년작가 공모전을 진행해 예술계의 미래인 청년작가를 지원하고, 지난 5월 '아트스페이스 울림'이라는 793㎡ 규모의 전시장을 추가 개관해 관람객에게 더욱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전달하며, 앞서 4월에는 '유촌창작스튜디오'라는 레지던시 사업을 신설해 예술가가 머무는 공간으로까지 역할하면서 지난 2년간 급격한 성장과 변화를 겪어왔다.
이익 실현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여타 사업과는 다르게 예술 후원사업은 그것을 다채롭게 이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예산의 소비는 있지만, 그럴듯한 이익 실현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일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필요하다. 아트리움 모리는 그런 마음을 기반 삼아 존재한다. 문화 공간을 개인이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심으로 시작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트리움 모리가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존중과 지지의 마음으로 운영됨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트리움 모리를 구성하는 한 일원임을 떠나, 나 또한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한 명의 기획자로써 아트리움 모리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 옛날 예술가들을 후원함으로써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메디치 가문이 떠오른다. 예술인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지역민에게는 문화 놀이터가 되어주는 이 공간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곳은 앞으로 지역 미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까. 전시장이 확장되고 아트리움 모리를 찾아주시는 관람객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즐겁고도 무거운 고민이 깊어진다. 하지만 아트리움 모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수많은 고민들 중에서도 분명한 것은 아트리움 모리가 메디치와 같이 한 시대의 발전을 이끌 순 없을지라도 이 곳과 인연을 맺는 예술가들에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긴 여정에 있어 지친 발걸음을 격려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그렇게 창작된 예술세계가 단 한 명의 관람객에게 예술에 빠져들게 하는 힘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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