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이하 대경선) 혼잡이 당초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퇴근 시각 기준 19분, 평시 25분 수준의 배차간격과 2량 규모의 작은 열차로는 수요에 대응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차간격 단축을 위한 증편과 열차 규모 확장 뿐 아니라 대체 교통수단 투입 등 적극적으로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쇼핑 인프라 찾는 고령 수요 놓쳤나
24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경선이 지나는 대구역에 가봤다. 비교적 교통 수요가 많지 않은 시각임에도 무궁화, 새마을 기차 대신 대경선을 타러 온 탑승객들로 역사는 북적였다.
대경선은 기본요금이 교통카드 기준 1천500원으로 대중교통과 같은 수준인 데다 이동 시간도 빠르다. 사전에 표를 끊고 타야 되는 무궁화호 등 열차와 달리 지하철처럼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고 통과하면 바로 결제가 되는 점도 이용객 입장에서 편리한 부분이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시각 대경선 승객 중에는 고령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승강장에서 나오는 승객 20명에게 나이를 물어본 결과 13명이 올해 대경선 무임승차 기준인 만 66세 이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대구의 경우 약 25만3천명이 대경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이날 만난 승객 상당수는 대구의 대형병원이나 서문시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경북 구미에서 대구를 찾았다는 전경선(69) 씨는 "병원 볼일 보러 왔다. 원래 신랑이 태워주고는 진료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대경선이 생겼다고 해서 오늘은 혼자 왔다"며 "구미나 칠곡 같은 곳에서는 아무래도 의료나 쇼핑 목적으로 대구를 찾는 사람이 많다. 나만 해도 한달에 두 번은 대구에 오는데 승객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 대경선 열차 내부의 교통 약자석은 도시철도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대구역에 닿기 전까지 빈자리 없이 빽빽이 들어차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산단과 주거단지를 오가는 직장인에 집중한 대경선의 수요 예측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경선 배차간격은 출퇴근 시간대 약 19.2분, 평상시 25.4분이다. 출퇴근 시간대 배차간격을 촘촘히 배치하는 대중교통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대경선 교통수요의 특수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탑승객 강대식(77)씨는 "젊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노인들이 무리지어 오면 괜히 피해를 줄까봐 일부러 오전 늦게 동대구역에 왔다"며 "열차를 늘려주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일일 승하차 승객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개통 한 달은 지나야 그동안 승객 수요를 집계해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교통수요가 운행 초기 개통 효과일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 수요까지 생각했어야"
전문가들은 수요 예측 실패를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열차 편성을 늘리거나 대체 교통수단을 투입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애초에 교통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는데, 아마 구미와 경산을 오가는 구간 사이의 기존 수요는 교통수단이 불편한 점 때문에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경선이 운행되면 통근·통학, 일반 비즈니스 등을 위해 대경선을 이용하고자하는 '잠재 수요'까지 생각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노선을 기획한 기관과 실제 운영 기관이 다른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경선은 국토교통부와 대구시, 경북도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요예측, 기획, 철도 노선 설계 등을 담당했고, 국가철도공단이 건설해, 현재 코레일은 운영을 맡고 있다.
같은 기관에서 기획과 운영을 할 경우 애초 계획 단계에서 예측을 잘못했더라도 운영을 하며 대책을 마련해나갈 수 있겠지만, 대경선의 경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상관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개통 이후 승객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실제 고정 수요가 꾸준히 많다면 열차를 더 주문하든지, 배차 간격을 줄이든지 하는 방법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경선을 기획한 주체와 실제 운영을 하는 주체가 다른 점을 감안해, 개통 초기 수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 기관 차원의 협의체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처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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