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이용호] 계엄 사태, 일등 국가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공지능(AI) 기술력 1위, 정부 효율성 1위, 국가혁신 능력 1위, 문화 영향력 1위 등을 차지함으로써, 대한민국이 2030년 '세계 국가 경쟁력' 1위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국가 경쟁력의 급속한 상승은 2024년의 계엄 사태 이후에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단행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2030년 12월 3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를 '○○신문'에서 속보로 전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가설의 기사이며,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2024년의 계엄 사태가 어떻게 기록되어질까 하는 우려에 대한 희망 사항을 적은 것이다. 아니,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2024년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매우 가슴 아픈 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고 진단하면서,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 그가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 '반지성주의'이며, '보편적 가치인 자유에 역행'하는, '힘에 기초한 통치'를 선포(宣布)한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4년의 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의 역사 발전의 시계를 1980년으로 거꾸로 돌려놓았으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왕창 까먹는 순간이었다.

악몽 같은 계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다. 안타깝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다. 아무리 묘안을 떠올려 봐도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며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의 방책인 것 같다.

따라서 계엄 사태의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계엄 사태가 가져온 분열과 무기력으로부터 속히 벗어나 국가 발전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보수의 궤멸을 막기 위함이라는 명분도, 진보의 집권을 위해 투쟁하자는 명분도, 국가와 민족의 번영이라는 명분에 앞설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전면적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일등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 공무원, 시민 단체, 국민 개개인, 각각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국가 역량을 키우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국가 개조이다.

계엄 선포부터 계엄 해제가 의결될 때까지, 약 150분은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만약 그 와중에 총성이라도 한 방 울렸다면, 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감사한 찰나(刹那)의 연속이었다. 정말 대한민국은 국운이 상서로운 국가였다.

이 융성(隆盛)한 기운은 전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계엄 기간 동안 국민은 균형감을 유지하였고, 최고의 선진화된 의식 수준을 보여 주었다.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 또다시 대한민국의 국민이 위대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으로부터 시작되는 국가 개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 대중가수 나훈아의 고별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고별 무대에서 팬(fan)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사랑과 지지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의 노래 실력이 최고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팬의 마음까지도 읽을 줄 아는 가황(歌皇)이었다. 국민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아는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그로부터 찾은 것이다.

위기 앞에 놓인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제 위대한 국민이 최고의 지도자를 찾아내서 그와 함께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