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태윤의 국제정세] 트럼프 2기, 북핵 문제 한국 패싱하지 말아야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전 국정원 국제분석관)

국제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 북핵 위협 등을 당면과제로 갖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도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의 급증하는 핵 위협을 떠안고 있는 우리 정부는 트럼프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시기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달 12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이 끝날 경우, 김정은과 다시 마주 앉을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는 트럼프가 두 개의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끝내면 곧바로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지난 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문제를 협의하면서 유럽평화유지군 파견을 제안했으며, 유럽 정상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서로 만날 의사를 표명하였다.

중동에서도 평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체결되었으며, 최근에는 "가자전쟁의 휴전협상이 90%까지 완료되었다"라는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을 앞둔 가운데 두 전쟁 모두 종전 협상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잘 안다"고 강조한다. 승부사인 트럼프는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였기 때문에 향후 북핵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한 데 이어 북한 담당 대통령 특사에 대화파인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대사를 지명하였다.

이것은 트럼프가 대북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뜻이다. 미북정상회담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 1기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도 "트럼프가 취임 후 바로 평양을 가도 놀랍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한반도 정세가 미·북 간 북핵 협상으로 요동칠 수 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가 한미 협상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최근 미 상원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도록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을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소지는 여전히 있다. 외국 언론에서는 탄핵정국과 국정 혼란으로 한일관계, 한·미·일 안보협력, 트럼프 2기 한미동맹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미북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할 경우, 혼란에 빠진 한국을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정부가 트럼프 2기 정부에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안타깝다. 북한 김정은은 미북정상회담 파트너였던 트럼프의 복귀를 학수고대했다. 북한이 원하는 핵 군축협상과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등을 위해서다. 현

재 김정은의 대미 협상력은 과거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이 추진되었던 당시 상황과 비교하여 높아졌다. 김정은이 핵 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하였으며, 푸틴과 북·러 군사동맹을 체결했고 북한군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여 국제 안보환경의 불안전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21일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협상할 것이며 의제로 북핵 문제는 물론 상호공관 개설, 경제협력, 종전선언 등이 포함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북한은 미북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향후 트럼프 2기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김정은의 속임수를 지적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 북한의 핵 위협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국가 혼란과 국민 분열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북한 김일성은 소련 스탈린의 허락을 받고 1950년 남침을 강행하였다. 향후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러조약에 따라 러시아도 참여하게 되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1975년 월남은 부패와 혼란으로 결국 공산주의 월맹군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과거 역사가 현재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

국정 혼란 속에서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안보태세를 구축하는 한편,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핵 협상에서 한국을 패싱하지 못하도록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엄태윤
엄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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