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김장호] 표현의 자유보다 시민의 안전 우선해야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오스트리아 당국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인명 피해가 아니라 공연 취소를 슬퍼하게 됐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내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을 해치려는 이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겠다."

지난 8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을 앞두고 테러 계획이 발각되었다. 당국은 안전을 위해 공연 전날 일정을 취소했고, 스위프트는 당시 신중한 태도로 입을 다물었다. 이후 세계 투어의 마지막 무대인 런던 공연을 마친 그는 SNS를 통해 당시의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얼마 전, 구미시는 12월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수 이승환 씨의 공연 대관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구미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탄핵 반대 도시'나 '북한 공산당'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대관 취소 입장문을 발표할 당시 비난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현재의 비판은 본질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구미시장으로서 행정 목적인 안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난하는 이들은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어 안타깝다.

구미시는 문화예술의 향유와 발전을 갈망하며, '낭만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방 도시로서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며, 공연자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존중해 왔다.

가수 이승환 씨의 경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지난 총선 때 조국혁신당을 지원사격했던 그의 정치적 입장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음에도, 구미시는 대관 신청 당일 사용 허가를 즉시 승인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는 구미시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구미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시민과 관객의 안전 담보를 전제로 향유되어야 한다. 특히 1천 명 이상의 관객이 모이는 실내 공연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다. 현재 대한민국은 양 진영 간의 첨예한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승환 씨는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탄핵 찬성 집회에서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승환 씨는 구미 지역 시민단체의 항의에 대해 SNS를 통해 조롱과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갈등을 악화시키고 공연 당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구미시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공연이 순수한 문화예술의 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승환 씨에게 시민단체와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서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구미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60세를 맞은 이승환 씨의 연륜이라면 테일러 스위프트가 보였던 태도보다 한층 원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공연을 통해 사회 분열이 아닌 화합을, 조롱과 냉소가 아닌 미소와 따뜻함을 전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데뷔 35년 차 베테랑 가수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자질이 아닐까.

지금과 같이 분열을 조장하는 모습은 결국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힐지도 모른다는 자기 내면의 불안함을 표출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필자로서는 측은한 마음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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