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지역 축제 쓰레기 절반을 줄일 수 있어요."
친환경 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청결도를 유지할 수 있는 '다회용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축제뿐 아니라 장례식장, 야구장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높은 곳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다.
대구에서는 지역문화공동체 반반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모두의 용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깔끔한 디자인의 다회용기와 고강도 세척 시스템을 앞세워 대구치맥페스티벌, 경주신라문화제 등 각종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선보이고 있다.
◆품질·고강도 세척기술로 다회용기 편견 타파
친환경 다회용기 브랜드 '모두의 용기'는 지난 2022년 한국가스공사 사회공헌사업의 도움으로 처음 탄생했다.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다회용기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다회용기 대여・세척 서비스가 대구경북에 확대된 것도 이때부터다.
'모두의 용기' 브랜드 총괄 운영은 사회적기업인 지역문화공동체 반반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주로 축제와 행사, 카페와 케이터링 등에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전국 각지의 축제 현장을 누비며 다회용기 대여 및 수거 작업을 펼친다. 사용한 다회용기는 지역의 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전문세척장 4곳(에코워싱 수성점·북구점·달서행복점·달성점)으로 이동해 꼼꼼한 세척 작업이 진행된다.
진병철 반반협동조합 대표는 "대구만의 새로운 ESG모델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다회용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탄소절감 효과는 물론 자활센터와 연계된 덕에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다회용기의 경우 실시간으로 일회용품 감소량을 파악할 수 있어 ESG성과를 추구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 다회용기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회용기는 일회용품보다 위생도가 떨어질 것', '뜨거운 음식을 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탓이다.
진 대표는 "모두의 용기 같은 경우 세균량이 일회용 플라스틱용기 대비 1% 미만일 정도로 고강도 세척과 소독을 진행하고 있고, 내열성이 높아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인체나 용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처음 축제 담당자를 만났을 때는 다들 걱정을 하지만 한번 행사를 진행하고 난 뒤엔 계속해서 다회용기를 찾아주신다"고 했다.
◆올해 30곳 넘는 축제서 활용돼..."야구장 도입이 목표"
진 대표는 반반협동조합의 강점으로 '협업 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지난 3년간 한국가스공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대구광역자활센터,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에코워싱 등 지역의 여러 기관이 '모두의 용기'로 네트워크를 구성한 덕분에 지역에 다회용기 서비스를 확대하고 친환경 가치확산을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은 물론 시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컵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23년 제도 시행을 지자체 자율로 맡기며 사실상 폐지했다.
진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각종 음료 매장에 다회용기를 납품하는 것을 염두 했지만 정책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축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은 축제 현장에서도 다회용기를 그냥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들도 많다. 점차 의식 수준이 달라지면서 정책적 뒷받침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모두의 용기는 대구치맥페스티벌 8만5천여개, 경주 신라문화제 7만1천500여개 등 30곳이 넘는 행사에서 사용돼 1만6천882kg의 탄소를 줄였고, 대구시청 산격청사 등 각종 기관 내 카페에서도 활용됐다. 향후에는 야구장 등 스포츠시설과 장례식장 등에도 다회용기 사용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 대표는 "야구장은 스포츠시설 중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서울 잠실구장은 이미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했고, 수원·인천·광주 야구장에서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도 다회용기가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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