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보다 더 무서운 게 손님이 없는 매장을 지키는 일입니다."
25일 오전 대구 동성로 한 분식점. 오픈 준비에 한창이던 김모(38) 씨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대목이지만, 예전만큼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매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성탄절 느낌도 사실 크게 나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한참 전부터 동성로에 사람들이 몰리거나, 식당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엔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곳곳에 '입점 문의' 붙인 점포
서울 명동, 부산 서면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상권으로 불리는 동성로 상권이 쇠락하고 있다. 요지를 차지 중인 대형 상가 건물들이 공실 상태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집객 기능을 하던 시설들은 점점 동성로를 떠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정보통계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율은 19.82%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는 20.08%로 더 심각했다.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 4분기(18.12%)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12.73%)보다 7.09%포인트(p) 높은 수준으로 상당히 심각하다.
올해 3분기 동성로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9.92%를 기록했지만, 3분기 11.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성로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를 붙여 놓은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까지 옷가게를 했던 대형 매장과 미용 관련 제품 전문 매장, 휴대전화 판매점, 식당 등 다양한 업종이 문을 닫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교보문고에 있던 맥도날드가 폐점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동성로점도 문을 닫은 뒤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구 중심을 관통하는 중앙로역과 이어진 지하상가에도 '입점 문의'를 붙인 점포들이 곳곳에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확실한 수익처가 있는 곳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다. 또 업종을 변경하면 인테리어 등 시설비가 들다 보니 쇠락해가는 상권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 발전 전략 마련해야
관광특구로 지정된 동성로 상권에 맞춘 미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상권 활성화를 위한 공간 입체화 사업 등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 동성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구 여행 시 접근성이 높은 곳에 숙박 시설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인근에서 쇼핑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동선을 최적화해 여행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 쇠락의 주요인 중 하나인 대형 건물을 공적 시설로 탈바꿈시켜 동성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당장 매출이 크게 뛴 것은 아니지만, 동성로 르네상스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느껴진다"며 "특히 대구백화점과 대구시티센터가 정상 가동해야 동성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지에 있는 공간들을 문화 예술 공연의 장으로 탈바꿈하면 상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개인투자나 일반 기업이 랜드마크를 매입해 수익 사업을 하는 것보다 대구시나 공적 기관에서 인수해 시민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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