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해."
기초 연금과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생계를 이어온 한 할머니가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급식소에 마련된 모금함에 넣으며 한 말이다.
할머니 김모 씨가 칠곡군 왜관읍에 자리를 잡은 건 30여년 전이다. 3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살아온 할머니는 자신보다 더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금쪽같은 돈을 내어놓았다.
김 할머니뿐만 아니라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다른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동전과 지폐를 모금함에 넣었다.
그동안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해 왔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한 할아버지는 추위와 맞서 싸우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손주에게 용돈으로 주기 위해 모아둔 쌈짓돈도 내어 놓았다.
모금함에는 만원과 천원짜리는 물론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기 위해 아껴 두었던 100원과 10원 동전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무료급식소인 칠곡사랑의집을 이용 중이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온정으로 모은 쌈짓돈은 110만원에 달했다.
권차남 칠곡사랑의집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모은 현금과 함께 직원들이 모은 90만원을 보태 이웃돕기 성금으로 200만원을 칠곡군에 전달했다.
권 센터장은 3개월 전 급식소 한쪽에 작은 모금함을 두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제안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생각하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모습은 급식소 봉사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줬다.
칠곡사랑의집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은 지난해 8월에도 쌈짓돈을 모아 수해복구 성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한 할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보니 따뜻한 국물 한 술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우리의 작은 정성이 더욱 어려운 분들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녹이는 국물 한 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어르신들은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성금을 뜻 깊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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