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기 매일신문 독자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지난 24일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고령 노동자의 취업 현실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 위기감과 심각성을 잘 전했다고 평했다.
또한 대통령 탄핵 등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권중한 위원(변호사·대구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최근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직업 특성상 많은 서류를 검토하는데, 종이에 출력해서 볼 때 느껴지는 이해와 집중도는 디지털 기기로 볼 때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들이 과연 개괄적으로 검토하면서 스스로 필요 없다고 생각할 때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릴 수 있는 정도의 가치밖에는 없는 것일까.
아직은 디지털 교과서 효과도, 부작용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경제적 손해 따져 가며, 검증되지 않은 세상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호 위원(대경영상의학과 원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석민의 뉴스픽' 코너는 대통령의 계엄선언에서 시작된 탄핵이라는 국민적 혼란이 지속되는 중에, 계엄이 정당하며, 탄핵은 선동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사가 아니라 마치 '선전·선동 기관지 같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언론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계엄에 부정적인데 이 글은 선전, 선동이라는 식의 내용으로 일관한다. 마치 대통령실의 발표를 보는 듯하다. 이것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론 매일신문에 실릴만한 글인지, 무엇이 상식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이 코너에서는 의료 대란에 대해서도 정부의 주장을 옹호한 적이 있다. 매일신문이 대통령실의 기관지가 아니라면, 자정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김원대 위원(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장)
12월에 고령 노동자의 취업 현실과 60세 이상 노동인구의 고용 현황과 예측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저 통계적 현상과 피상적인 우려를 전달하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근로의 질과 재취업 과정 상 문제점, 이 시대 고령 노동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 지 등을 자세히 전달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잘 보여준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점심시간 두 그릇 판 게 전부, 저녁엔 손님 없어 문 닫을 판' 기사는 얼어붙은 내수를 르포 형식을 통해 상세하게 전달했다. 소상공인들이 매출 감소 등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우리 지역 상권을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그 위기감과 심각성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소비진작 정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전문가 얘기도 담았다. 앞으로도 내수 진작에 앞장서는 언론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박병구 위원(달서문화재단 상임이사)
대한민국의 출생률은 2018년 1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해 기준 0.72명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많은 정책이 청년, 일자리, 결혼, 출산 관련 사업으로 쏠리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매주 수요일 신문에는 한 면 전체가 밝은 소식들로 가득하다. 결혼, 출산 등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소식이 많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면을 통해 결혼과 출산이 기쁨과 축복으로 인식되는 영향력을 발산하길 기원한다.
◆백순현 위원(계명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최근 경북도교육청에서 세미나를 열고, 직업계고 유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과 지역 기업과의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유학생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유학생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자체와 학교에서 유학생의 교육 및 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구 소멸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성태문 위원(DGB금융지주 전무)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그 유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 르포 형태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조명한 보도가 많이 나와 언론의 긍정적인 기능을 높였다. 특히 일반적인 보도에서 벗어나 칠성시장 등 상가를 직접 돌아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와의 인터뷰를 통한 현장감 있는 보도는 독자로 하여금 설득력과 공감을 하게 했다.
또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 금융기관, 대기업 등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는 기울여야 할 지를 제시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본다. 앞으로도 사회 문제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으로 기사의 가치와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
◆성한기 위원장(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정지를 당하면서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런 시기에 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여야, 좌우를 초월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벌써 환율이 치솟고 소비는 감소하고 해외관광객은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와 안보 등 우리나라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더욱이 행정통합, 신공항, APEC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에도 안개가 드리워졌다. 탄핵 정국의 소식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과 사회의 안정과 직결된 이러한 현안들에 대해서 더 비중 있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일 년을 돌아보면 매일신문은 그날 그날 쏟아지는 뉴스 외에도 특집과 연재 기사들로 지면을 다채롭게 구성해 독자들에게 흥미로우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도 역사답사기행, 나무오디세이 등과 같은 유익한 기획 연재물이 계속 발굴되고, '생성형 AI의 활용'과 같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주제들도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신문이 새해에도 정론직필의 길을 부단히 가길 기원한다.
◆최병철 위원(한국창직역량개발원 원장)
매일신문 홈페이지에서 '트럼프2.0'을 검색하면 벤처기업협회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조사'에 대한 기사만 유일하게 뜬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예측과 전략은 초미의 관심 분야이고, 전기차와 자동차, 철강 산업 등 경제 전반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 자명함에도 그와 관련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계엄령과 내란에 대해서는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계엄령 선포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들이 TK출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어도 반성은 커녕 빠져나갈 궁리나 하는 얄팍한 변명이 가득하다. 그들의 심리적 방패 역할을 하는 것에 지면을 할애할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내부에서 내란을 일으키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외부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기는 불가능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2.0'이란 외환이 시작될 것이다. 언론은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내란 주동과 동조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지면이 있다면 한 줄이라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야기에 지면을 양보해야 한다.
◆최진아 위원(대구 복현중학교 교장)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기사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매일신문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균형적으로 보도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정책은 미래 세대의 '미래'가 달려 있기에 백년대계를 지향해야 한다. 이런 교육정책이 정치적 줄다리기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과서 개발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고, 교사 연수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만큼 정책이 추진된 시점에서 교육 자료로 법적 지위를 격하한다고 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교육 과정 운영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분야는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매일신문에서 전국의 초·중·고에서 안정적으로 새 학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허영철 위원(사회적기업 공감씨즈 대표)
12월은 계엄령의 공포가 뒤덮은 한 달로 기록되는 것 같다.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가운데서 새로운 집회·시위 문화를 열어가고, 집회 참가를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지키려고 하는 모습들이 우리들에게 힘을 주는 한 달이었다.
특히 응원봉을 통한 집회 문화의 새로운 변화들, 재치 있는 깃발과 시위 참가자를 위한 선결제 문화 등에 대한 기사는 현 시국에서 우리가 발견해야만 하는 내용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현 시국에 이러한 기사의 더 많은 발굴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민주주의를 수준 높게 만들어 나가는 계기로 만들어 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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