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2025년 신년을 맞은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결론을 예단할 순 없으나 국민의힘 잠룡들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돼 왔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보수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탄핵이라는 약점을 안고 '거대 야당의 대표 이재명'이라는 절대 강자가 버틴 야권과의 경쟁에 여권에서 누가 나설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신문은 을사년 신년을 맞아 차기 대선 여권 후보 4명에 대한 전문가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으로 각 주자들의 경쟁력을 파헤쳐 봤다. 평가에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황태순·박상병 정치평론가,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도움을 줬다.
◆TK 기반 강점 홍준표, 확장성엔 한계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주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일관되게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며 보수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홍 시장은 인지도가 높고 국회의원 단체장 등 정치적 경험도 적지 않은 데다 대선 본선 경력도 있다. 특히 대구경북(TK) 기반을 갖고 있는 강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후보, 두 차례의 당 대표,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등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 경륜을 갖춘 게 홍 시장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 기반이 약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포괄적인 지지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황태순 평론가는 "독불장군의 이미지, 꼰대의 이미지가 홍 시장에게 있다. 나이도 70대에 접어들어 고령이라는 약점이 있다"며 "무엇보다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소장 역시 "2030세대 일부 지지가 있지만 20~40대까지 지지층 기반이 취약하다"고 했다.
다만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고 상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될 경우 지지층 결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기회의 요인으로 꼽혔다. '명태균 리스크'에서 깔끔하게 탈출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치러지면 탄핵 반대를 외쳤던 점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홍준표 시장의 경우 그를 비토하는 국민이 이재명만큼이나 많아 본선 경쟁력은 의문"이라며 "그나마 이 대표는 반윤석열 전선에 앞장섰지만 홍 시장은 탄핵에 반대해 그걸 뛰어넘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4선 서울시장 오세훈, 유약한 이미지에 정책 성과 글쎄
홍 시장과 비교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가 막판 찬성 입장으로 선회해 차별화를 뒀다. 이를 두고 중도층·수도권 민심을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배종찬 소장은 "가장 큰 강점은 전대미문의 4선 서울시장이라는 것"이라며 "특히 진영 대결에 대한 혐오감이 지배하는 정치판에서 중도적인 이미지가 외연 확대에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오 시장에겐 2011년 서울시장 사퇴 등으로 쌓인 유약한 이미지가 여전히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 시장과 마찬가지로 '명태균 논란'에 휩싸여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병 평론가는 오 시장에 대해 "능력보다 고평가된 인물이다"이라며 "서울시장을 하면서 보여준 게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장을 바꾸니 난국의 지도자로서 평가받는 인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탄핵 국면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였고 민주당 후보와 대선에서 경쟁할 경우 탄핵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황태순 평론가는 "결국 탄핵에 찬성 입장을 낸 만큼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했을 때 부담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명태균과의 관련성이 거론된 것 자체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조기 대선에 오 시장이 뛰어들 경우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동시에 시행될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상대가 이재명 대표로 정해질 때 오 시장의 경쟁력에도 의문의 꼬리표가 달린다. 엄기홍 교수는 "이 대표는 당 장악 등 리더십이 돋보이고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정책적 선명성도 있다"며 "반면 오 시장은 대중적 인지도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떠오르는 게 없다"고 했다.
◆중도 확장성 크지만…유승민에 여전한 배신자 족쇄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자 일찌감치 탄핵을 주장하고 여권을 향해 자성과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각을 세우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유 전 의원은 여권 인사들과 차별화된 위치에 서 있다.
배종찬 소장은 "윤 정부 비판,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론 등을 통해 제3자의 위치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팬덤 아닌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평론가 역시 "여권 후보 중에서 중도 확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이라고도 꼽았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해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게 최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기홍 교수는 "TK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친윤이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어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배종찬 소장은 "향후 정치 국면이 거의 아수라장으로 변해 국민의힘과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발생할 때 유 전 의원에게도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준표·오세훈 시장과 달리 윤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운 일관성이 제대로 평가받을 경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여야 간 진영 대결로 흐를 경우 보수층이 결집해 중도층이 축소되고 이는 곧 유 전 의원에게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 소장은 "유 전 의원의 수도권 영향력도 제한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엄기홍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유죄가 확정돼 이탈하면 모르겠지만 그대로 야당의 대권 후보가 된다면 대선은 결국 진영 간 지지층 동원의 문제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관·단체장 경험 갖춘 원희룡, 친윤 이미지는 부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탄핵 국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여권의 주요 자리 인선이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등 중량감을 갖고 있다.
배종찬 소장은 "윤 정부 탄생 기여도가 높았고 자신의 정치 성향을 장관으로서, 또 전당대회에서 뚜렷하게 드러낸 것은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높은 인지도, 의원과 단체장 경험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제주 출신으로서 수도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고, 현 정부 들어 지나치게 대통령과 밀착된 이미지는 약점으로 꼽힌다.
엄기홍 교수는 "친윤(윤석열)이 아니라고 선을 못 긋고 있고 탄핵에 대해서도 아무 얘기가 없다"며 "즉, 친윤과 결별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친윤 다운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닌 셈"이라고 지적했다. 양평고속도로 추진 중단 선언,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점 등 국단적 이미지도 부정적인 요소다.
그럼에도 야권 대선 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굳어질 경우 소위 '대장동 1타 강사'로 활동했던 전력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 소장은 "탄핵 심판이 기각되고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체제가 복원될 경우 조기 대선이 아니라 정상적인 대선 일정에 돌입한다면 정치적 도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탄핵 심사와 윤 대통령 수사가 속도를 낼 경우 윤 정부 내각으로 참여한 원 전 장관도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평론가는 "강한 친윤계여서 본선 경쟁력이 최하위일 수밖에 없다"며 "언급된 다른 후보들 중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가장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권 대권잠룡 SWOT 분석표
▶홍준표
- 강점 : TK·보수 핵심 지지층 기반
- 약점 : 고령(70대), 중도 확장성 한계 뚜렷
- 기회 : 이재명 상대 보수 지지층 결집
- 위협 :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 시 탄핵 반대 이미지
▶오세훈
- 강점 : 4선 서울시장에 중도적 이미지
- 약점 : 좌고우면 리더십, 두드러진 정책 성과 부재
- 기회 :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며 책임론에서 자유
- 위협 : 명태균 관련성 논란,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
▶유승민
- 강점 : 강한 팬층을 바탕으로 한 중도 확장성
- 약점 : TK에서 배신자 프레임 벗지 못해
- 기회 : 정치권 전반에 대한 혐오, 尹 향해 각 세운 일관성
- 위협 : 진영 대결로 흐를 경우 중도층 축소
▶원희룡
- 강점 : 장관·단체장 경험, 높은 인지도
- 약점 : 제주 출신, 지나치게 대통령과 밀착된 이미지
- 기회 : 이재명 대표 상대 시 대장동 1타 강사 전력
- 위협 : 尹 탄핵 심판, 내란 수사 속도낼 경우 동반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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