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5 신년기획] 전문가들이 살펴본 야권 잠룡 풍향계는?

이재명 독보적 존재감·김부겸 안정감 있는 국정·김동연 경제 전문가·김경수 신·구주류 지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통령선거 시계도 빨라졌다. 야권의 경쟁구도를 가를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소된 재판의 최종 판결과 차기 대선 가운데 어느 일정이 먼저 진행되느냐에 따라 판세가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밀어붙이는 조기 대선 실시로 이 대표가 최대약점인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경우 적수(敵手)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 낙마 없이는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경쟁자들의 부상(浮上)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나아가 이 대표가 큰 출혈 없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차기 대선이 예상보다 싱거운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매일신문은 을사년 신년을 맞아 차기 대선 여권·야권 후보 8명에 대한 전문가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으로 각 주자들의 경쟁력을 파헤쳐 봤다. 평가에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황태순·박상병 정치평론가,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도움을 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예방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예방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장 근접' 이재명, '사법리스크 변수'는 걸림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3월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24만7천여표 차이로 아쉽게 낙선했지만 1천600만표 이상을 득표하며 막강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22대 총선(지난해 4월)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원내 제1당 대표 지위까지 꿰찼다. 막강한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에,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얹어지면서 여의도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완연한 실정이다.

거침없는 이 대표의 질주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단 하나, 사법리스크다. 현재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은 모두 5건이다. 아울러 2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재판의 최종심(대법원)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되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탄핵 국면이 지속되는 와중에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2심 결과, 또는 그 외 쌍방울 대북 송금 및 대장동 등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치명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대표와 유의미한 경쟁을 펼칠 주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이른바 반(反) 윤석열 전선의 선봉에서 정국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탄핵 쓰나미'가 현실화할 경우 그동안 이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부정적 이미지(형수 욕설 등)까지 희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17일 광주 동구시 조선대학교 서석홀에서 지산학 협력을 위한 대학과 지역의 혁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17일 광주 동구시 조선대학교 서석홀에서 지산학 협력을 위한 대학과 지역의 혁신'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층 두터운 김부겸, 당내 기반은 취약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야권이 가장 주목할 대선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국혼란 속에 극도의 불안을 느낀 국민들이 가장 선호할 수 있는 안정감을 갖춘 후보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적 인지도와 풍부한 정치적 경륜을 보유하고 있고 당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 후 당을 추스를 구심점으로서 포용의 리더십까지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역대 민주당 대선 전략의 필승공식이었던 '영남출신 민주당 후보'의 주인공이고 대선 판세를 가를 이른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에서도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떠오르는 인사라면 단연 김부겸 전 국무총리"라면서 "준비가 돼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인 데다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한 점이 '본선'에서 상당한 파괴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독자적으로 준비한 대선 전략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당내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현실적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가 김 전 총리 대권도전의 전제조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정치현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팬덤(fandom, 열성조직)이 형성돼 있지 않은 점도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김 전 총리가 합리적이고 온건한 정치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에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명예는 얻었지만 '세'(勢)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제 재건 제안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제 재건 제안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흙수저 신화 '경제전문가' 김동연, 당내 주류 반목은 단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계엄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정치과잉 현상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내는 대선주자다.

흙수저 출신으로 상고를 졸업한 후 주경야독으로 고시에 합격해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를 해소하는데 가장 필요한 경제전문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의 중첩된 악재로 먹고살 걱정에 신음하고 있는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종사자의 기댈 언덕이 될 수 있는 적임자인 데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1천368만 6천731명에 달하는 국내 최다 인구를 보유한 경기도의 현직 도지사라는 강점도 보유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선 판세를 갈랐던 수도권, 그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 도지사를 맡고 있다는 점은 대선가도에 큰 힘이 된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민주당에 대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당내기반이 취약한 단점이 있다. 그동안 김 지사가 민주당의 경제정책 노선과 궤를 달리하는 선택들을 하면서 당내 주류와 반목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내 경선 시 김 지사의 낙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지사가 수도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만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전국 단위 선거에서 얼마나 득표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많은 실정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노무현시민센터 자원봉사자들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노무현시민센터 자원봉사자들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구 주류 김경수, 수감 이력은 치명적 약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민주당의 신·구 주류를 연결하는 접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권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舊) 주류였던 이른바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진영의 적자이면서 신(新) 주류인 친명(이재명)계와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강점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당내 주요 계파에서 연대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사라는 의미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상대적으로 나이(57세)가 젊기 때문에 이른바 '중수청'으로 지지를 확산할 수 있는 유효한 카드가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은 실정이다.

이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예상보다 길게 전개된 후 실시될 대선에서 역할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낙마할 경우 혼란 중에 민주당의 구주류와 신주류가 뭉치면서 민주당의 틀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카드가 김경수 전 지사"라며 "경남도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본선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으로 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수감된 이력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전 지사의 여론조작 사건이 대법원에서 이른바 민주주의 파괴범죄로 최종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이어 이재명 대표까지 사법리스크로 물러난 마당에 사면을 받긴 했지만 법원의 최종 판결로 수감된 인사가 공당의 대선주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야권 대권잠룡 SWOT 분석표

▶이재명

- 강점 : 압도적 지지율

- 약점 : 지지율만큼이나 큰 비호감도, 사법리스크

- 기회 : 조기대선 (탄핵이 먼저냐 선거법 판결이 먼저냐)

- 위협 : 공직선거법 항소심 판결

▶김부겸

- 강점 : 경륜(국무총리) 온건하고 합리적 이미지, TK출신

- 약점 : 당내 기반 취약, 약한 팬덤

- 기회 :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재판 진행 상황

- 위협 : 조기대선에 따른 이재명 대세론

▶김동연

- 강점 : 현직 경기도지사

- 약점 : 낮은 인지도, 당 정체성과 불일치

- 기회 : 극단적인 진영정치에 대한 여론 반감

- 위협 : 위기상황 타개와 관련한 관료출신 해결능력 문제 제기

▶김경수

- 강점 : 친노·친문 적자, 나이(57세)

- 약점 : 드루킹 사건 수감 이력

- 기회 : 탄핵 심판 장기화에 따른 당 분열 움직임에 대한 반대 여론

- 위협 : 정치인 사법리스크 이슈 부상 시 입지 곤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