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은 18세기의 영·정조와 함께 개혁을 이끌었던 재상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한글 행장 '번상행록'(樊相行錄)에 주석을 붙이고 현대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번상행록'은 풍산 류씨 화경당에서 전해오던 채제공의 19세기 한글 필사본으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다.
이 책은 채제공의 출생부터 1792년(정조 16)까지의 행적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번상행록'에는 채제공의 자호에 대한 유래와 정조 초반기 소론 서명선 등의 탄핵으로 은거하던 시기의 행적 등 사료와 '번암집'에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가치가 높다.
이 한글 필사본은 채제공의 한문 행장을 번역한 것이며, 아쉽게도 한문 저본은 전하지 않는다. 한글 필사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책이 집안 여성들을 위해 선조의 행적을 학습할 수 있도록 특별히 작성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번암 채제공은 노론과 소론의 당쟁이 격화된 시기, 임금의 정치적 비호를 받으며 남인으로서 재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번상행록'은 영·정조 시대 정치적 탄압 속에서 재상으로 성장하는 채제공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번상행록'은 한글로 적혀 있지만 흘림체로 되어 있고 난해한 문구와 어휘가 많아 읽기가 쉽지 않다. 이에 '번상행록'의 문장을 교정해 주석을 더하고 현대어로 번역, 일반 독자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번역 작업에는 채제공의 한시를 전공한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전문위원 이도현 박사와 국문장편소설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국학진흥원의 홍현성 박사가 함께 참여했다.
'번상행록'에는 '번암집', '승정원일기'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유년 시절의 사건 및 사도세자와 관련된 일화 등이 수록돼 있다.
또, 채제공과 영조, 사도세자, 정조 사이의 두터운 신뢰 관계와 인간적 교감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18세기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다채로웠던 조선시대 한글 문학의 일단도 엿볼 수 있다.
정종섭 원장은 "'번상행록'의 현대어 번역본 출간을 통해 조선시대 한글 문학 연구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향후에도 한글 소장자료의 자료접근성을 제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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