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철도시대]울진·영덕 여행, 동해중부선 기차 타고 편하게 즐기자

동해안권 관광산업 활성화 일조…전국 한나절 생활권 가능

울진역. 매일신문DB
울진역. 매일신문DB

'빠~앙!'

2025년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9시 경북 울진역으로 매끈하고 날렵한 모습의 열차가 미끄러지듯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동해안 철도시대를 여는 동해중부선 열차가 울진에 첫 모습을 드러낸 감격의 순간이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들도 바다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동해안 철도시대' 개막을 실감한다. 요트체험에 나선 관광객들은 탁 트인 겨울 바다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울진 관광으로 쌓인 여독은 따듯한 온천으로 녹이고, 허기진 배는 향긋한 송이버섯과 싱싱한 활어, 전국 최고의 맛으로 인정받은 겨울의 진미인 울진 대게로 가득 채우며 동해안의 정취를 마음껏 즐긴다. '동해중부선' 철도 개통에 따른 상상이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동해중부선이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한다.

동해중부선은 강원 삼척시와 경북 포항시를 잇는 길이 166.3㎞의 철도다. 총사업비 3조4천억원을 투입, 2009년 공사를 시작해 완공까지 15년 걸렸다. 2009년 5월 착공한 1단계 포항∼영덕 구간은 지난 2018년 1월 개통했다. 이번 동해중부선 전구간 개통으로 강릉∼동해∼삼척∼울진∼영덕∼포항∼경주∼울산∼부산을 잇는 363.8㎞ 길이의 동해선 구간이 모두 연결된다.

국토부는 강릉∼부산 구간에 ITX-마음을 투입하고, 이후 열차 수요 등을 고려해 2026년에는 KTX-이음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시속 250㎞의 준고속 열차인 KTX-이음 투입되면 삼척에서 포항까지 10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또 강릉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30여분으로 더욱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울진주민 교통 획기적 개선…관광객 맞이 준비도

그동안 울진은 '육지속 섬'이라는 불명예를 감당해야만 했다. 손을 뻗어 등을 긁으면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마치 '울진'이 위치한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교통의 불편함을 안고 살아 왔다.

철도의 개통으로 울진은 더 이상 교통의 오지가 아닌 사통팔달의 한 축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울진은 이제 육상길과 바닷길에 이어 철길까지 연결되면서 관광은 물론 경제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비록 상업 운항은 하지 않고 있지만 기존의 울진공항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모든 길을 완벽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철도 교통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울진 주민들의 생활도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도로 교통 대체 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로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특히 포항·강릉 등에서 환승이 가능해져 수도권 접근성이나 관광객 유치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접근성 향상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과 원자력수소산업단지 조성 등과 관련된 연관 업체 유치와 산업인력 유입 등 울진의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군은 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관광상품 구성 및 운영 지원을 통해 열차 승차권 할인, 관광명소 관람 혜택이 있는 자유여행·패키지 여행 등 지역 특성에 맞춘 관광 콘텐츠 개발 및 철도 이용 확대 방안을 준비했다.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열차운임 50% 할인과 관광지 할인을 내용으로 하는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을 코레일과 함께 운영한다.

이를 이용하면 관광객들은 왕복 열차 운임 50% 할인과 울진군 숙박시 1만원을 지원 받는다. 또 시티투어버스와 관광택시도 일정 비율로 지원하며, 주요 관광지 입장권(성류굴, 왕피천 케이블카 등) 50% 할인과 덕구온천 온천장과(25%), 스파월드(20%)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왕복 열차표 및 울진군내 사용 영수증 정산을 통한 기념품 또는 특산품도 지급한다.

이와함께 9만원 짜리 1박2일 여행을 자부담 1만원으로 즐기는 1박 2일 철도여행인 '나만 아는 울진 1만원으로 즐기자' 상품도 내놓았다.

.오전 9시 울진역에 도착해 오후 6시까지 울진의 다양한 관광지와 요트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축제와 해맞이 등 매 달 철도와 연계한 관광이벤트와 해운사와 연계한 철도관광상품도 기획했다.

왕복 열차권과 왕복 승선권을 각각 50% 지원해 울진 후포에서 울릉도를 저렴한 비용으로 오갈 수 있게 된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동해중부선 개통으로 울진의 철도관광객이 늘어나 관광활성화 및 울진군의 목표인 1천만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해 관광도시 울진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영덕군 웰니스산업 등 관광 활성화 기대

영덕군은 이번 기회를 지역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계획으로 지역 내 관광지와 거리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해중부선에 몸을 실으면 포항 월포역에서 시작해 영덕 고래불역, 울진 울진역, 삼척 근덕역을 지나며 아름다운 동해안 풍광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영덕 고래불역에서 하차하게 되면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10여 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역사가 외곽에 있어 황량하긴 하겠지만 바다를 보는 길이 멋스러워 걷기에 무료함이 없다.

영덕은 고래불해수욕장을 찾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보고, 이곳 일대에 지역이 자랑하는 웰니스 산업 여건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웰니스센터를 찾으면 구전되던 인도와 고대 힌두교의 전통의학이 집대성된 '아유르베다' 치료를 경험할 수 있기에 체류형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을 것으로 보고 국내 한의대와 협업하는 등 여러 준비를 진행중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가을 이곳 주변에서 열린 '영덕 국제H웰니스페스타 2024'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고 보고, 군은 이번 동해중부선 개통이 관광객 유입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사)한국웰니스산업협회도 이 같은 영덕군의 웰니스 산업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K-웰니스 도시'라는 타이틀을 경북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영덕군에 안겨줬다.

영덕군에 조성된 해안 도보 여행길인 '블르로드'도 이름값을 할 전망이다. 영덕해맞이공원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 블루로드를 걷다 보면 고래불해수역장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한다.

특히 영덕해맞이공원 부근 창포말등대 아래 길에 조성된 소박한 어촌마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겨운 풍광을 자랑한다.

동해중부선 개통에 발맞춰 지난 24일 문을 연 '파나크 오퍼레이티드 바이 소노'도 영덕 숙박시설의 품격을 높여줄 촉매제로 기대된다.

강구면 삼사해상공원 내 들어선 '파나크 오퍼레이티드 바이 소노'는 관광명소인 강구항을 마주하고 전 객실이 청정의 영덕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호텔형 프리미엄 생활숙박시설이다.

지하 4층 지상 9층의 호텔동 217실과 지하 1층 지상 2층의 독채 풀빌라동 45실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수요층을 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동해선 개통 후 영덕의 아름다운 관광명소를 접근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군에서도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상가를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동해선을 타고 영덕이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길 권한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