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되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나라는 완전히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리에 넘쳐난다. 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마치 해방 직후 혼란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지난 화요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의 재의를 요구했다. 또 이와 함께 야당이 집요하게 요구해 왔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2명 임명, 1명 보류)했다. 최 대행의 이 같은 절충안에 대한 평가도 둘로 나뉜다. 여야가 한 걸음씩 물러나서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과 어정쩡한 타협안은 되레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먼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보자. 지난달 14일 탄핵소추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어떻게 하든지 헌재에서의 심리를 끌어야 한다. 180일 내에 마치게 되어 있는 헌재 심판을 최대한 끌어서 그 사이에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헌법재판소는 원래 재판관 9명 중 7명이 참여해야 심리가 진행되고 종국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탄핵심판에 대해 6명으로도 심리를 받게 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이를 일시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6명으로도 심리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탄핵심판의 경우 6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에서 6명 체제를 고수하려 했던 이유다.
반대로 야당은 국회 선출 몫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했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재판관은 통상 여당 1명, 야당 1명 그리고 여야 합의 1명을 추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1명 그리고 민주당 2명 추천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상당히 불리한 재판부 구성이 된다. 그래서 줄줄이 탄핵을 감수하면서까지 재판관 임명을 보류해 왔던 것이다.
쌍특검의 경우를 보자. 먼저 내란 특검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 검찰, 경찰이 앞다투어 진행하고 있다. 마치 상처 입은 수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를 방불케 할 지경이다. 특검이라는 것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했음에도 국민적 의혹을 미처 다 해소하지 못했을 경우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 야당이 내란 특검에 목을 매는 것은 국민적 분노를 증폭시키겠다는 정략적 목적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난 화요일부터 2월 13일까지 45일 동안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가 진행된다. 지난 2016년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때와 같은 한바탕의 '분노 유발'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이번 22대 국회까지 무려 4번째 등장하고 있다. 당초 야당이 김건희 특검을 거듭해서 밀어붙이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는 판단 아래, 김건희라는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윤 대통령을 무너뜨리자는 것 아니었나.
지난해 12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결국 윤 대통령은 무너졌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결정적 패착을 두었고, 지금 내란 혐의로 수사기관에 쫓기며 또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쯤에서 여야 모두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에 대해 윤 대통령이나 여당은 섭섭해하고 불쾌해한다. 야당도 왜 나머지 한 명을 임명하지 않느냐고 앙앙불락이다. 그래도 '8인 체제'로라도 탄핵심판이 진행된다면 이젠 헌재의 심판 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볼 때다. 야당도 쌍특검을 계속 고집하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보고 미흡하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대한민국만' 생각해야 할 때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봐도 내부의 분열은 어김없이 외부의 침략을 불러온다.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지켜온 대한민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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