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공직에 몸담아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6일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은 내릴 수 없다'며 거대 야당의 일방적 요구를 거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보수 정가에서는 공직자다움을 보여준 한 권한대행의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거야(巨野)는 한 권한대행을 '내란 핵심 피의자', '내란 대행인'으로 규정하고 탄핵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마저 현실적 위기로 떠오르면서 이날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대한민국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출범을 약속한 '여야정 국정안정 협의체'는 첫발도 떼지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 앞선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본회의 통과 즉시 임명을 요구한 야당의 주장을 거부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담화에서 "우리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지금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를 결정하는 공정한 재판이 헌법재판관에 달린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 응수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오늘 본회의에서 보고할 것"이라며 "내일(27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극단적 정치 갈등의 난맥 속에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24일)보다 하락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3일 이후 최고치를 찍는 등 요동쳤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고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일방처리된 뒤 규탄대회에 나선 국민의힘은 "탄핵 쓰나미가 국정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가 경제 파괴 집단"이라며 "민주당의 아버지인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탄핵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거야의 전투적 정국 운영으로 국민 불안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당을 향해서는 거야의 질주를 막는 결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정가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을 조속히 마치고 전열을 정비한 뒤 획기적인 수습 방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거야의 폭거를 막는 국민적 여론을 여당이 등에 엎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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