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 국회의장은 결정권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 권한대행이 26일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임명을 보류(保留)하겠다"고 밝히자 곧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한 권한대행이 26일까지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내란·김건희 일반 특검법 공포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임명을 하지 않으면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한 견해(見解)는 분분하다. 헌법과 법률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에게는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민주당은 즉시 임명하라는 주장을 펼친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有權解釋)을 얻어야 한다. 그 과정이 번거롭다면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야 합의도, 헌재의 유권해석도 얻지 않고 탄핵소추에 돌입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 의견도 아니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최후통첩 시한'과 민주당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타임테이블(timetable·일정표)에 맞춰 민주당 마음대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職務)를 정지시키겠다는 말이다. 거대 야당의 폭력이자 국헌 문란 행위라고 본다.

108석 국민의힘이 한 권한대행 탄핵에 동참하지 않아 민주당 주도로 국회의원 199명 이하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을 때, 그것이 법적 정당성(正當性)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가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준(재적 의원 과반·151명)에 부합해야 하는지, 대통령 탄핵소추 기준(3분의 2 이상·200명)에 부합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의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에는 국회의원 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과반인 151명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을 정리하려면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펴낸 '주석 헌법재판소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대통령)을 기준으로 한다. 탄핵 사유는 대행자로서의 직무 집행 중의 위법 행위만 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동의하지 않으면 의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가 논란이 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1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주제넘은 소리다. 국회의장이 무슨 법적 권한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를 결정한다는 말인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는 대통령 탄핵 의결정족수에 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견해가 분분하다면 이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일이지 우원식 의장이 정할 일이 아니다. 우 의장이 멋대로 결정한다면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대권 놀음에 함몰(陷沒)돼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정국(政局)을 혼란에 빠트릴 궁리를 중단해야 한다. 특검법안의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서도 여야 간 협의를 도출해 권한대행이 정치적 부담 없이, 상식선에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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