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지 않는' 특유의 안정감이 돋보이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스트롱맨'의 면모를 선보였다. 거야(巨野)의 탄핵소추 압박에 굴하지 않고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면서 그가 향후 정국에서 '키맨'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오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여야 합의 전까지는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및 법률 공포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또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 미래를 위해 판단할 뿐,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결기를 보였다. 또 "우리 곁에는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계셨다"면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오늘날의 정치권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담화에서의 한 권한대행의 모습은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목소리를 쉽게 높이지 않던 그동안과는 분명히 달랐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한 대행을 압박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던 더불어민주당도 적잖이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각종 현안마다 한 권한대행에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한 것이 되려 거야에 꼿꼿이 맞설 명분을 제공한 형세가 됐기 때문이다.
향후 한 권한대행의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야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한 권한대행이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한 권한대행은 앞서 지난 19일 양곡법 등 민주당이 강행처리 한 6개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거야를 멈춰세운 바 있다.
여권에서도 한 권한대행에 힘을 싣는 한편 야당의 폭주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은 26일 야당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시도에 대해 "(탄핵 시) 제2의 외환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고, 말도 안 되는 탄핵은 거둬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순하디 순한' 한덕수 권한대행을 끌어내리려 했으나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권력자가 힘을 마구 휘두르는 것'"이라며 "탄핵 후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던 정국에 불을 지르려는 시도는 국민들의 반발을 살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이 강한 정치적 발언을 내놓거나 여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대국민 담화처럼 국민의 눈높이에서 하는 발언들에는 힘이 실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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