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전문직비자, 훌륭한 프로그램" 찬반갈등서 머스크 지지

H-1B 비자 확대 문제 놓고 트럼프 기존 지지층-빅테크 인사 논쟁
"머스크에 반대의견 낸 엑스 사용자, 검열당해…일부기능 접근제한"

"이제 드론 전쟁 시대", 트럼프 2기 정부의 막강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의 익살스런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이민 비자(H1B) 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진영' 내부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술업계 인사들은 H1B 비자 확대를 주장한 반면 이민정책 강경파들은 H1B 비자 제한 유지를 주장했다.

◆찬성론자 "부족한 전문직 유입 위해 필요"

이번 논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크리슈난 등 실리콘밸리 기술업계는 전문직 고급인력에 대해선 비자 제한을 없애 미국 이민의 문을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슈난은 인도에서 출생해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머스크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란 뒤 대학 때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와 2002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외국인 노동자' 신분을 겪은 셈이다.

머스크와 함께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인도계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최고의 기술 회사들이 미국인보다 외국에서 태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이유는 미국인의 타고난 IQ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도 H1B 비자 확대를 위해 반대파와 '전쟁'을 선포했다. 머스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밤 엑스에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당선인도 머스크 주장을 지지했다. 그는 28일 보도된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늘 그 비자(H-1B 비자)를 좋아했고, 지지해왔다"며 "그것은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론자 "자국민 일자리 빼앗을 수 있어"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이민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은 H1B 비자 제한을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크리슈난이 지난달 엑스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cap)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백악관 내 크리슈난 기용을 비판하면서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공유하는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H-1B 비자는 고용주의 보증 아래 기본 3년간 체류가 허용되는데, 추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으며 연간 발급되는 수도 쿼터로 정해져 있다.

이 비자 소지자는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인도와 중국 등 국가별로 정해진 쿼터가 있어 수년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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