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자체 펀드 조성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의지

야권 주도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국비 예산 전액 삭감···사업 추진 '빨간불'
이철우 경북도지사, "에너지 정책은 정당·정파 없어야···투자펀드 통해 추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6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올해 도정 성과와 내년 도정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6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올해 도정 성과와 내년 도정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가 자체적으로 투자펀드를 조성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를 추진한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479억원)이 전액 삭감된 상태에서 자체 재원 마련과 민간투자 방식을 통해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20일 포항 앞바다 약 40㎞ 지점에서 탐사시추가 진행됐다. 시추 관련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 한국석유공사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체 예산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소 5차례 이상 시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수년 간 5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예산 중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됐다는 점이다. 당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정부 제출안 대비 예산을 50억원 삭감하고, 1차 시추 이후 경제성이 없을 경우엔 2차 시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대표적인 '윤석열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북도가 국가 경제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도는 '에너지 투자펀드'를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민간투자 지원과 지역발전 동력을 키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년 자체 재정과 민간금융 등을 통해 에너지 투자펀드를 1천억원 조성한다.

영일만 글로벌 에너지허브 조감도. 경북도 제공.
영일만 글로벌 에너지허브 조감도. 경북도 제공.

펀드 지원 대상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외에 울진 원자력‧수소단지, 대구경북 수소배관망,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도는 민간이 추진하는 에너지 개발사업에 지분투자와 대출방식으로 에너지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인‧허가 지원 등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돕는다. 또, 도민 이익공유형 투자 방식을 채택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도민에게 이를 환원하는 방안도 세워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포항 앞바다엔 석유‧가스가 35억 배럴 이상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울진 가스전의 70배가 넘는 양이다.

시추에 성공할 경우 영일만 일원에 LNG 터미널 등 천연가스 처리‧수송 시설과 수소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수십조원의 민간 투자가 창출될 것으로 경북도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는 '영일만 글로벌 에너지 허브'도 구상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은 성공률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앙과 지방정부가 중심을 잡고 민간과 힘을 합쳐 진행해야 한다"며 "에너지 정책이 정파‧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도 산유국을 향한 도전이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왕고래 유망구조서 작업 준비하는 웨스트 카펠라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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