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적 혼란과 함께 고물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1천64조원을 넘게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천64조4천억원으로 추산됐다. 2분기(1천60조1천억원) 대비 4조3천억원이나 더 늘어난 수치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3분기 기준 18조1천억원으로 추산된다. 2분기(15조9천억원)대비 2조2천억원 더 늘어난 역대 최대 수치다. 금융기관 연체율 역시 2분기(1.50%)보다 0.20%포인트(p) 높아진 1.70%을 기록, 2015년 1분기(2.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 10·11월 연속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매파적 인하 기조를 시사한 데다, 한은도 금리 인하보다는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내년 시장금리가 대출자들이 체감할 만큼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탄핵정국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35) 씨는 "요식업에 종사한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이런 연말은 처음이다. 웨이팅은 커녕 연말에 자리가 다 차는 걸 못 봤다"며 "인건비를 줄여가며 일을 하고 있지만 대출 이자와 월세를 내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소상공인 1천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한은 조사 결과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 대비 12.3p나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적극적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으로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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