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형체도 없이 사라진 기체…참혹한 무안공항 사고 현장

소방대원들 사망자들 수습·통제선 설치
주민들·공항 이용객들 충격에 휩싸여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수색견을 동반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수색견을 동반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탑승자 가족들이 무안공항 3층에 마련되 가족대기실에 모여 있다. 광주일보 제공
26일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탑승자 가족들이 무안공항 3층에 마련되 가족대기실에 모여 있다. 광주일보 제공

29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남쪽 끝. 이곳 사고 현장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공항 외벽을 들이받은 사고 여객기는 겨우 동체 꼬리와 날개 부분만 멀쩡했다. 대부분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화재 진압은 끝났지만, 매캐한 냄새는 자욱하게 남아 사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짐작게 했다. 항공기와 부딪친 활주로 끝 담벼락은 반파된 모습이었다. 그 너머로 항공기 잔해와 여행용 가방, 운동화 및 탑승객 소지품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여전히 열기가 남은 기체 주변 곳곳에서는 하얀 연기도 새어 나왔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하얀 천으로 덮인 들것을 가지고 나오며 사망자를 수습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숨진 승객들이 하나둘씩 들것에 실려 나올 때마다 폴리스 라인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 주민은 "연말을 맞아 가족 여행이다 효도 여행이다 저마다 기쁜 마음으로 다녀온 여행길이었을 텐데, 너무 불쌍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주민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라며 "몸이 덜덜 떨린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 보존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공항 주변으로 통제선을 설치했고, 공항과 활주로를 볼 수 있는 도로 역시 통제 중이다.

유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통제선 안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사고 목격자들은 "비행기 우측 날개에서 불꽃이 튀었고, 가스 폭발처럼 큰 굉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비행기가 하강을 시도하길래 착륙하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불빛이 번쩍 했다"며 "이후 쾅 하는 큰 소리가 한 차례 나더니 연기가 났고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목격자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다시 상공 위로 올라가 한 바퀴 돌고 재착륙을 시도했다"며 "이후 쾅 소리와 함께 허공에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쯤 태국 방콕공항에서 무안공항으로 오던 제주항공 7C2216편(승객 175명·승무원 6명) 항공기는 활주로 외벽과 충돌했다. 전체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착륙 도중 비행기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정황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남 무안에서 김유진 기자 정두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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