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여파가 항공업계와 여행객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구에 본사를 둔 티웨이항공에서도 사고 기체를 적잖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중순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한 이정훈(35) 씨는 여행을 말리는 부모님을 겨우 뿌리쳤다고 했다. 이 씨가 이용하게 될 티웨이항공의 경우 사고기체인 '보잉 737-800'을 27대 보유해 제주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곳이어서다.
그는 "비슷한 사고가 또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고 기체와 같은 모델을 탈 가능성도 높고 대구공항이라고 해서 특별히 안전할 것 같지도 않다"며 "여행을 취소하지는 못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다녀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뿐 아니라 이날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제주항공 승객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항공사 직원들도 연신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며 새로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일행에게 "지금 이 비행기를 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승객도 있었다.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 역시 TV 뉴스 화면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시민은 항공기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장면을 보며 "아이고, 어떡하냐"는 탄식만 연발했다.
이날 오후 4시 5분 출발하는 제주행 항공편을 예매한 A씨는 "사고가 난 항공사를 이용하는 거다 보니 불안하지만 일정을 이미 다 잡아놔서 취소할 수 없어서 예정대로 가게 됐다"며 "함께 여행 가는 친구들끼리는 '배를 타고 가야 하나'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김모(42)씨는 "5살 아들이 뉴스를 보더니 '무서워서 비행기 타기 싫다'고 떼를 쓰는데 쉽게 안심시켜줄 수가 없었다"며 "서울 한복판에서도 압사당하는데 이제는 해외로 떠나도 돌아오는 길에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다니 어디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창 동남아 여행 성수기인 이때 대참사가 터지면서 지역 여행업계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중구 한 여행사 대표는 "아직 취소문의는 없지만 주말에 사고가 난 점을 생각하면 내일부터가 걱정"이라며 "사고 장면을 전국민이 생생하게 본 시점에서 누가 저비용항공사(LCC)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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