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이 전국 최초로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5년이 지났다. 2019년 46곳을 시작으로 현재 대구에는 IB 월드스쿨 27곳을 포함해 총 98곳의 IB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또 서울, 부산, 경북 등 11개 시도 400곳이 넘는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점차 전국적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5년간 IB 운영 학교 확대를 비롯해 고교 과정인 IB 디플로마(DP) 프로그램 운영, IB 교원 단계별 연수 실시, 핵심 선도 교원 양성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왔다. 그 결과 IB DP 월드스쿨 1기 이수자들이 올해 초 해외 대학, 수도권 주요 대학 등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IB 도입으로 학교 현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향후 추진 계획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탐구수업 중심 자기 주도성 함양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교수학습이 특징으로, 논술·서술·구술 평가와 토론식 수업 비중이 높다.
IB 교육은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깊이있는 탐구형 교육을 추구한다. 기술 과목의 경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품을 직접 제작해 보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사회 과목의 경우 계획서 작성부터 사례 조사·분석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식이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탐구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능동적으로 학습을 이끌어나가는 역량인 '자기 주도성'이 증진됐다고 설명한다.
IB DP 과정을 수강 중인 천지원 경북대사대부고 학생은 "IB 수업을 통해 친구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탐구 내용을 발표하는 능동적 학습이 일상화됐다"며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 성장을 위한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교사들도 학생과 함께 성장한다는 반응도 크다.
IB 교육에서는 많은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각 교과에서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배움이 일어나도록 한다. 교사들은 이 핵심 개념들을 교과과정에 녹이기 위해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또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학문적 주제'를 위해 자신의 과목 외에도 타 교과 교원들과 교류하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든다.
더 나은 수업 설계·평가를 위해 동료 교원들과의 정기적인 협의 과정은 필수다. IB 월드스쿨인 대구중 교사 협의회는 매주 교사들이 모여 자신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교내를 넘어 대구 지역 IB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따로 모여 연구회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재봉 대구초 교사는 "동료 교원들과 매주 수업 협의회를 통해 수업 방향, 교수학습 자료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성찰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어느새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게 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IB 학교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높아
IB 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1월 4~20일 IB 월드스쿨 학생·학부모·교사 6천766명을 대상으로 'IB 프로그램 운영·발전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 결과 ▷학생 90.2% ▷학부모 93% ▷교사 99.2%가 만족감을 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학생 만족도는 ▷초등학생 94.7% ▷중학생 82.3% ▷고교생 93.6%였고, 학부모 만족도는 ▷초등학생 학부모 97% ▷중학생 학부모 87% ▷고교생 학부모 95.1%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96.8%) ▷중학생은 자료수집 및 분석능력(89.9%) ▷고등학생은 논리적 표현력·문제해결력·비판적 사고력(97.7%)이 가장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경우, IB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교사의 성장을 묻는 문항에 초‧중‧고 교사 99.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지속 가능한 IB 프로그램 구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항목에는 '업무 경감과 교수 인력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대구 IB 교육 1.0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2.0 시대를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며 "향후 대구 IB 학교 성장 및 발전 계획 수립에 설문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B 2.0 시대, 축적된 경험 공교육으로 확대
시교육청은 IB 본부와 협력각서(MOC)를 체결한 지 5년이 지난 지난 7월 새로운 협력각서를 체결하며 IB 2.0 시대를 선포했다.
앞으로 다가올 IB 2.0 시대에는 ▷IB 프로그램 운영 학교 확대로 안정적 운영 ▷공교육의 모범이 되는 질 높은 IB 학교 운영 ▷IB 월드스쿨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 일반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대구 지역 초·중·고 463곳의 30%까지 IB 프로그램을 확대해 IB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IB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대구 전 지역 일반 학교에도 확산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IB 학교에서 중시하는 개념 기반 탐구수업 진행, 교사들의 수업·평가 전문성 신장 등 우수한 부분들을 대구 공교육 전반에 선순환시키겠다는 의미다.
특히 IB 교육에서 실천하는 논술·서술·구술 평가를 벤치마킹해 정답 맞추기식 평가가 아닌 학생들의 성장과 역량을 중시하는 '미래형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수업 내용이 아무리 바뀌어도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 혁신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은희 교육감은 "IB 2.0 시대에는 지속 가능한 IB 학교 운영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IB 프로그램의 장점을 다각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공교육 수준을 상향시키고, 자기 주도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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