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처럼 들이닥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가족의 마지막 흔적을 찾는 유가족들의 애끊는 통곡소리는 긴 밤이 지나도록 끊이지 않았다. 참사 이틀째인 30일에도 신원 확인이 완료되지 않아 유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신원이 확인 됐지만 장례절차가 정리되지 않아 공항을 뜨지 못한 유가족들도 적잖았다.
30일 새벽 찾은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 밤새 신원 확인이 마무리된 유가족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씩 들려왔다.
전날 사고를 당한 '방콕발 7C2216편'에 아들 부부와 손주가 탑승해 일가족 3명을 하루 아침에 잃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확인됐다. 특히 이들 부부의 아들은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던 최연소 탑승객인 2021년생 3세 고모 군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쯤 1층 대합실에서 만난 고군의 할머니 류순희(74)씨는 "하루 아침에 아들부부, 손자까지 잃었다"며 "오전 4시쯤 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며 밤새 울어 퉁퉁 부은 두 눈을 부여잡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류씨에 따르면 아들 부부는 사고 하루 뒤인 30일에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친형 가족과 함께 방콕 여행을 떠났었는데, 제주항공에 빈자리가 생겨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을 몰랐던 류씨는 29일 오전 10시 43분쯤 "아들 내일오지? 오늘 방콕에서 온 비행이 무안에서 추락됐어. 연락달라"는 카톡을 남겼다. 류씨는 애타게 아들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1'은 사라지지 않았다.
류씨는 "우리 손주가 어린데도 태국에 가서 할머니에게 초록색 손가방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직접 선물도 골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가족이 모두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류씨는 "우리 아들 부부, 손자, 그리고 먼저 떠난 남편 모두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천국에서 부디 잘 살아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류 씨와 달리 아직 신원확인을 마치지 못한 유가족들은 애닳는 심정으로 밤새 자리를 지켰다.
지난 29일 오후 9시 20분부터 공항을 지켰다는 김모(42) 씨는 붉은 눈으로 텅 빈 브리핑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집안의 3대 독자라는 김씨의 5살 어린 남동생은 이날 오전 8시가 다 되도록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여행사 대표였던 남동생은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출장이 아닌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와 남동생의 마지막 문자는 지난 24일. 그날 남동생은 김씨의 어린 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며 카톡으로 불쑥 돈을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남동생은 김씨에게 "근데 누나, 궁금한게 있다"며 카톡을 남겼지만 김씨는 일이 바빠 뒤늦게 연락을 확인하고 답장을 남겼다. 그러나 남동생은 답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자신보다 어렸지만 믿음직했던 남동생이 너무나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삼대 독자라 그랬는지, 두 명의 누나가 참 많이 의지했던 동생이었고 본인도 가족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던 동생이었다"며 "여행사가 이제야 잘 풀리면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으로 도약을 하나 싶었는데, 사고가 발생해 더욱 사무친다. 이제는 하나만 바란다. 빨리 우리 동생을 찾아 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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