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지인 소식 듣고 밤 잠 못 이뤄"…울음바다 된 분향소

사고 지점서 9㎞ 떨어진 무안종합스포츠센터 합동분향소…지역민들 추모 발길 이어져
정계 인사 조문 행렬…대구경북에도 곧 합동분향소 마련 예정

30일 정오 무안종합스포츠센터 강당. 시민들이
30일 정오 무안종합스포츠센터 강당. 시민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전부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정두나 기자

30일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추모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희생자를 지인으로 둔 이들뿐만 아니라, 사고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도 한달음에 합동분향소를 찾아왔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으로부터 9㎞쯤 떨어진 무안종합스포츠파크. 30일 오전 11시부터 이곳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10여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에 헌화를 하는 등 많은 이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내부는 조용하고 엄숙한 공기로 가득 찼다. 강당 전면에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의 명패가 세워졌다.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합동분향소를 찾아와 명패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일부 시민들은 흰 장갑으로 눈물을 훔치고, 울음을 참느라 한동안 명패 앞을 떠나지 못했다.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분향소를 방문한 이들은 희생자의 지인이었다. 30일 오전 11시 40분쯤 찾아온 유정식(55) 씨는 지난 29일 네 살 어린 고향 후배가 비행기를 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선후배 가리지 않고 예의 바르고 참 착했던 후배였다. 사업차 태국으로 떠났다는데, 안타까운 소식으로 돌아왔다"며 "후배는 인공수정까지 하면서 뒤늦게 아이를 가져서, 아이가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이다. 더욱 황망하고 가슴이 아플 따름"이라고 했다.

최모(22) 씨 역시 지인을 찾아 인천에서 무안까지 달려왔다. 최씨는 "대학 후배가 희생됐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에 출발했다"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지만 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황망해 묵념이라도 오래 하면서, 후배에게 마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빌었다"고 했다. 그는 묵념한 뒤 후배의 명패를 찾고자 한참 자리를 지켰지만 수많은 명패 속에서 끝내 후배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의 방문도 이어졌다. 전남 영암에서 온 나양순(53)씨는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가 남 일 같지 않다는 마음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어제 참사 소식을 듣고 놀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유족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슬픈 마음을 안고 애도를 하고 싶었다"며 "아직도 공항에서 많은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이 수습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루빨리 희생자분이 편안한 곳으로 모실 수 있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에서 온 50대 A씨는 목포에 있는 고향 집을 들렀다가 홀로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A씨는 "공항 활주로가 짧아 사고가 커졌다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좌우지간 돌아가신 분들 앞에서 무슨 소용이냐.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며 "부상자 두 명도 하루빨리 쾌차해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헌화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최상목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굳은 얼굴로 조문을 마친 뒤 떠났다. 뒤이어 합동분향소를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헌화를 마치고 "유가족에게 국가를 대표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사고 진상을 규명해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무안공항 내부에 분향소가 추가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무안공항 1층에도 합동분향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한신 유족협의회 대표는 "유족 대다수가 공항에서 떨어진 장소가 아닌, 공항 1층에 합동 분향소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희생자의 영정 사진도 세울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에서 김유진 기자 정두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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