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평화 대통령' 지미 카터 100세 일기로 타계

현직 때보다 퇴임 후가 더 빛난 대통령
전·현직 대통령들 잇따라 애도 성명 발표
中·日도 애도 물결에 동참 "국제사회 평화, 안정에 기여"

퇴임 후 더 왕성한 활동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모습. 연합뉴스
퇴임 후 더 왕성한 활동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모습. 연합뉴스

"꼬박 1세기(Century)를 살다 간 세계 평화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0세를 일기로 29일(현지시간) 타계하자 미국 정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애도가 잇따랐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5분쯤 조지아주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2개월 전 100번째 생일을 맞은 카터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등으로 투병해 왔다. 고인은 지난해 2월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오던 중이었으며, 지난달 치러진 미 대선에도 우편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1977년 제 39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인권과 민주주의 확장을 외교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환경보호 등을 강조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중재해 78년 9월 중동 평화의 기초를 마련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 체결을 이뤄낸 것은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과 제2차 오일쇼크에 따른 경제 불황이 확산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기 동안 첫 해를 제외하고 내내 2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면치 못했다. 인권을 앞세운 도덕주의 외교 정책도 효과성 측면에서 문제가 됐다.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에 크게 패배했고,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임 후가 더 빛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지미 카터는 40여년 동안 세계 평화와 인도주의 실현 및 빈곤·질병 퇴치를 위해 헌신해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 불린다.

100세의 일기로 타계한 지미 카터 대통령 센터에 추모 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100세의 일기로 타계한 지미 카터 대통령 센터에 추모 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애도 성명도 잇따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위대한 미국인을 기리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워싱턴DC에서 공식 국장(國葬)으로 치를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는 모든 미국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 부분에 있어 우리는 모두 그에게 '감사의 빚'을 졌다"고 밝혔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도 추모 성명에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는 우리 모두에게 은혜와 존엄, 정의, 봉사의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부인 힐러리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카터는) 더 낫고 좋은 세상을 위해 지치지 않고 일했다"면서 "그는 끝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고 적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의 유산이 세대를 넘어 미국인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추모했다.

중국도 미-중 수교를 이끈 카터 전 대통령의 업적과 발언 등을 재조명했다. 30일 중국중앙TV(CCTV)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서거, 그의 재임 기간 중미는 수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그의 생전 업적을 부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과 함께 몇 차례의 비공식 협상을 거쳤으며, 양국은 1979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수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이시바 총리는 30일 발표한 담화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며 "유족과 미국 정부, 국민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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