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랜딩기어 고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이후 기체가 활주로를 이탈해 외벽과 부딪혀 충돌하면서 짧은 활주로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은 인근에 금호강 철새도래지가 있어 조류 충돌 위험이 적잖은 곳이다. 대구공항은 무안공항보다도 활주로가 짧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공항은 민군 합동으로 조류퇴치팀을 운영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금호강 조류 서식지를 점검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로 오는 여객기 규모를 감안했을 때 활주로가 사고를 키울 가능성도 일축했다.
◆지난 5년간 대구 조류충돌 38건…"민군 합동 조류퇴치팀 운영"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구공항에서는 모두 38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기간동안 접수된 피해 사례는 없었다.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대구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2019년 10건, 2020년 5건, 2021년 6건, 2022년 8건, 2023년 7건, 올해 8월까지 2건이었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대구공항 운항편수가 10만5천837건임을 감안하면 약 2천800회 마다 한차례씩 조류 충돌이 발생하는 셈이다. 대구공항의 경우 금호강이 인근에 있어 왜가리와 가마우지, 오리 등 철새가 적잖아 조류 충돌 위험이 비교적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공항의 경우 국내 주요 공항 대비 조류 충돌 사고율도 높은 편이다. 김포공항은 5천410회 당 한차례, 제주공항은 4천656회 당 한차례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같은 기간 운항편수 1만1천4건 중 조류 충돌 10회가 발생해 1천725회마다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전체 운항 편수 대비 발생률이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구공항은 조류 충돌 발생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여지는 없다며 사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구공항 측은 지금까지 조류 충돌로 인한 회항·결항 및 피해 사례는 없으며 사체를 치우느라 약간의 지연이 발생한 게 전부라는 입장이다. 공항 측은 주변 조류 서식지 관리를 위해 조류 유인 시설인 금호강 내 조류 서식지 변화, 조류 종 변화 등을 연 2회 점검하고 있다.
군공항과 같이 있는 대구공항 특성상 공군에서 조류퇴치팀을 운용하고 있는 점이 사고 방지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구공항은 조류 충돌 방지에 민군 합동으로 25명의 인력을 투입해 대응 중이다.
실제로 11전투비행단에서는 조류가 싫어하는 무선폭음경보장치를 매일 12시간 가동해 민항기·군용기 관계 없이 운용하고 있다. 11전비는 대구공항 활주로에 5명 이상의 군 인력을 투입해 군용기 운항 전에는 차량, 총을 이용해 새를 쫓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평소에도 '새 떼 출몰'이 잦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총 4명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당시 담당 근무자는 1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보다 짧은 대구공항 활주로에 "항공기 크기 감안하면 충분"
짧은 활주로는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사고 과정에서 기체가 미처 멈추지 못한 채 활주로를 이탈한 탓에 충돌과 폭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구공항은 무안공항보다도 활주로 길이가 짧은 곳이다. 이곳 활주로는 모두 2개로, 주 활주로 길이는 2천755m, 예비 활주로는 2천743m이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천800m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기체인 보잉 737을 운영하기에 무안공항 착륙장 길이는 짧지 않으며 넉넉한 수준이다.
통상 공항 활주로 길이는 이륙에 중점을 둬서 계산한다. 착륙에 대비해 연료 용량 등이 많아 기체가 보다 무겁기 때문에 이륙은 활주 길이가 더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 이륙 중량을 기준으로 분석을 하며, 기종 제작 매뉴얼에 악조건을 분석해 반영하는데 사고 당일 기상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구공항의 경우 기체 날개 폭이 45m 이상인 D급 항공기까지 들어올 수 있다.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날개 폭이 52m 이상인 E급 항공기까지 착륙할 수 있다. 이번 무안공항 사고 기체의 경우 C급 항공기에 해당한다.
하성영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활주로가 더 길었으면 사고 규모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있지만, C급 항공기가 착륙하기에는 충분한 활주로였다"며 "착륙 장치 중 하나인 '로컬라이저'를 향하는 중간에 둔덕이 있으면 착륙 장애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공항 측은 활주로 길이는 비행장을 애초 설계할 때 어떤 기종을 주력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서 정한다고 설명했다. 주력 운영 기체가 작은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활주로를 길게 만들어 놓으면 비용만 많이 들고,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지방 공항인 대구, 청주, 무안 공항 등은 C~D급 기체가 들어오는 공항들이어서 그 기준에 맞춰서 운영하고 있다 보니 다른 큰 공항에 대비해서는 활주로 길이가 짧다"며 "대구공항에서 취항하는 항공사 기종으로 봤을 때는 활주로 길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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