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사 사흘 째에도 흔적 여전… 애도 위해 현장·공항 찾은 시민들

부품 나뒹구는 활주로 앞 줄지어 선 소주잔… "명복을 빈다"
공항 1층 합동분향소도 조문객 맞이 준비… 앞서 도착한 근조화환·조문객

사고 현장에서 약 200m쯤 떨어진 현장에 둘러진 철조망 아래. 추모의 뜻을 담아 시민들이 두고 간 음식들이 진열돼 있었다. 철조망 너머에는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온 비행기 부품이 널부러져 있다. 김유진 기자.
사고 현장에서 약 200m쯤 떨어진 현장에 둘러진 철조망 아래. 추모의 뜻을 담아 시민들이 두고 간 음식들이 진열돼 있었다. 철조망 너머에는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온 비행기 부품이 널부러져 있다. 김유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공항은 여전히 사고의 여파에 잠겨 있다. 일반 시민과 직장 동료, 친척들은 애도의 뜻을 담아 사고 현장과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했다.

31일 오전 방문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활주로. 참사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참혹한 현장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동체로 추정되는 부분이 바닥에 비스듬히 박혀 있고, 꼬리 부분은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꺾였다. 항공유로 추정되는 매캐한 기름 냄새가 아직도 빠지지 않은 곳에서,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고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흔적이 남았다. 활주로에서 200m쯤 떨어진 수풀에 충격으로 날아온 의자가 뒹굴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항공기 안내 책자나 부품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사고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을 보고, 한 여성은 끝내 눈물을 쏟아내며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합동분향소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에도 여러 추모객이 방문했다. 활주로를 둘러싼 철조망 앞에 대여섯 개의 소주잔이 줄지어 있었고, 과자나 빵도 함께 진열됐다. 또 추모의 의미를 담아 소주를 뿌리고, 남은 소주를 수풀 속에 두고 떠났다.

추모객이 남기고 간 편지도 철조망에 걸려 있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손수 작성한 편지 속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와 함께 국화 두 송이가 남겨져 있었다.

31일 오전 방문한 무안국제공항 1층 맞이실. 근조화환 십여 개가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두나 기자.
31일 오전 방문한 무안국제공항 1층 맞이실. 근조화환 십여 개가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두나 기자.

이날 오전 유가족이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도 추모 공간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9㎞쯤 떨어진 무안종합스포츠센터가 아닌,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공항에서 추모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전남도청이 받아들인 것.

오전 10시 무안국제공항 1층 맞이방에 합동분향소를 꾸리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 와중, 합동분향소 마련 소식을 들은 직장 동료와 친척도 하나둘 공항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미리 도착한 근조화환이 분향소 앞을 빼곡하게 채웠다.

분향소 공사를 바라보고 있던 유족 A씨는 "조문을 하기 위해 찾아온 친척들을 임시 텐트로 모실 수도 없어서 곤란했다. 영정사진도 없고 향을 피울 데도 없어서 다들 당황했다"며 "이제라도 유족들의 뜻대로 공항에 합동분향소가 차려져서 다행이다. 빨리 공사가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오후 1시쯤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한 시민들도 완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채원(30)씨는 "전북 익산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유가족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왔다. 여기서 조문을 마친 뒤에 활주로 인근에 가서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하려고 한다"며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어서, 이 활주로를 비행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더 남 일 같지 않아 가족과 함께 찾아왔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곳은 31일 오후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다. 유가족은 이곳에 희생자의 명패와 영정사진을 함께 안치하기로 했다.

전남 무안에서 김유진 기자 정두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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