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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는 현재 중대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는 단순히 정치적 분열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리더십과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치 양극화, 팬덤 문화의 확산, 대통령 탄핵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같은 사건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 모든 요소는 단순히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계된 문제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국민의 생계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단순히 여야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해롭게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정치 양극화와 팬덤 문화
정치 양극화는 정치권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 양극화는 단순히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갈등을 넘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양극화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동을 통해 강화되고 있으며, 유권자들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팬덤 문화이다.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팬덤 문화는 정치적 토론과 비판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정치인들의 책임성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팬덤 문화는 정당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요소이며, 정치적 다원주의를 무너뜨리고, 정치인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
팬덤 문화를 설명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로 "에코 체임버 이론"이 있다. 에코 체임버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모여 동일한 정보만 공유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에코 체임버에 갇힌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조차 진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강화 이론"은 우리의 믿음이 외부 자극, 특히 신뢰하는 사람들의 발언에 의해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부모의 말이 우리의 믿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성인이 되면 여론을 주도하는 지도층의 발언에 따라 우리의 믿음이 강화된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 문화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사고방식을 강화하며, 이는 여론 주도층의 발언을 통해 더욱 공고화된다. 에코 체임버에 갇힌 사람들이 이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정당 공천제도의 난맥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또 다른 그리고 가장 큰 요인은 공천제도이다. 현재의 공천제도는 정당 지도부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정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출하거나, 기존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시키는 제도는 정치 대표성을 약화시키고,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점은 당선 이후, 이들이 바라보는 대상이 유권자가 아닌, 공천을 결정하는 정당 지도부란 점이다. 재선을 바라는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은 유권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당 지도부의 말을 따르고, 궁극적으로 이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절대적인 야당 대표의 뜻을 따른다. 즉, 이들은 국민의 대표자이기 보다는 , 대통령과 정당 지도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경직된 구조를 만든다. 특히, 이와 같은 공천제도의 문제점은 수도권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대구경북이나 호남에서 더욱 심각해서, 과연 민의가 정치에 반영되는지를 의심케 한다.
# 해법은 1: 공천제도 개혁해야
미국의 공천제도는 한국에 비해 훨씬 더 투명하고 유권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미국 상·하원 선거는 "11월 첫째 월요일이 포함된 주의 화요일"이라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선거와 마찬가지로 11월 5일에 치러졌다. 주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1년 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6월 전후에 정당의 후보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유권자는 최소 본 선거일 4개월 전에 정당 후보가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공천 절차가 사전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선거 직전에 현역 의원 평가 기준이 제시되거나 전략공천 지역이 배정되거나 새로운 공천 유형이 도입되는 일이 없다. 또한, 현역 의원 평가가 선거 직전에 만들어져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정당 지도부에 의해 현역 의원이 일방적으로 컷오프되는 관행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략공천 역시 정당 지도부의 결정이 아니라, 지역구에서 자연 발생한 공석에 한정하여 적용된다.
물론 미국의 공천제도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현역 의원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제도가 민주주의와 정치를 "엘리트"에 의한 독점으로 만드는지, 혹은 유권자가 잘한 정치인에게 상을 주고 못한 정치인에게 벌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낯선 후보가 지역을 대표하는 제도가 바람직한가, 아니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후보가 대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현역 의원이 소급 평가를 당하는 구조가 올바른가, 아니면 미리 정해진 평가 기준에 따라 의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맞는가? 이 모든 질문은 공천제도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공천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공천 과정에서 정당 지도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역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예비선거 시스템과 같은 구조를 도입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즉, 공천제도를 개혁하여 지역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회의원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지역 정치의 대표성이 회복될 것이다.
# 해법은 2: 국회 권한의 정상적 발휘와 견제
대통령이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권력분립의 확립에 있다.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권력분립 원칙을 충실히 구현하는 제도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고 권력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승인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 선포 권한 또한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안을 정해진 시한 내에 논의해야 하고, 전쟁 선포 권한은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다. 이는 권력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를 개선하려면 국회가 정책 심의와 입법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상임위원회 중심의 운영 방식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국회의원들이 독립적으로 입법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고, 권력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해법은 3: 미디어와 시민 사회의 역할
미디어는 국민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 환경은 정치적 갈등을 과도하게 부각하며, 정책 논의와 문제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는 중립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과 해결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국민이 정치의 본질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 사회 역시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시민 단체와 교육 기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정치적 편향을 줄이고, 사회적 화합과 성숙한 시민 의식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민의 생계와 안전 우선의 민주주의로
한국 민주주의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제도 개혁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 문화와 시민 의식의 변화까지 포함해야 한다.
특히, "어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어른은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이끌어내고, 올바른 행동을 제시하는 존재다. 과거 마하트마 간디나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어른들은 불화와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도 중립적이고 신중한 조언을 통해 경청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조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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