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곡가 이철우 "K-콘텐츠 성공 우연 아냐…우리 정서 녹인 오페라 가능성 확인"

ARKO한국창작음악제·아양아트센터 '작곡가의 방 in 대구'
"외로웠던 어린 시절…음악이란 피난처이자 놀이터
음악 작업 때 말이 들리는 음악, 가사 전달이 핵심"
그간 작곡한 오페라 영상 시청·질의 응답도 가져

지난 6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지난 6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작곡가의 방 in 대구'에선 대구 출신 작곡가 이철우에 조명했다. 최현정 기자

음악의 환경을 차곡차곡 조성하는 작곡가의 역할은, 마치 집을 짓는 건축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은 무대 위의 연주자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작곡가를 떠올리는 일부 관객을 제외하고, 대체로 작곡가의 존재는 무대에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작곡가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이들의 곡만큼이나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자 ARKO한국창작음악제가 기획한 '작곡가의 방'이 지난 6일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개최됐다.

아양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대구 출신 작곡가 이철우의 인생사와 음악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진행에는 그의 대학교 스승인 이건용 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장이 맡아 매끄럽고 위트 있는 진행을 펼쳤다.

지난 6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지난 6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작곡가의 방 in 대구' 행사 사진. ARKO한국창작음악제 제공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의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출발했다. 이철우 작곡가는 어린 시절 외로웠던 가정사를 밝히며 그가 느낀 두려움, 공포, 고독감과 같은 감정이 음악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오선지를 펴놓고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꼈다"며 "나에게 있어 음악이란 피난처이자 놀이터다"라고 말했다.

큰 위로가 돼준 음악을 따라 그는 계명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음악 석사, 독일 로베르트 슈만 음악대학에서 작곡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2년 반동안 관장직을 수행하고, 대구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는 등 문화행정가로도 활동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는 그의 음악적인 고민과 오페라 작곡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말의 장단과 고저가 이야기를 입어 음악이 되는 것"이라 말하며 그의 작업에서 가사 전달을 핵심으로 꼽았다.

이후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장 전 악보집을 배부해 그간 그가 작곡한 오페라의 영상을 30분간 시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현정 기자
이후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장 전 악보집을 배부해 그간 그가 작곡한 오페라의 영상을 30분간 시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현정 기자

이후 그간 그가 작곡한 오페라의 영상을 30분간 시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입장 전 영상에 등장하는 곡들이 수록된 악보집을 배부해 직접 들어봄으로써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프랑스 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인 그의 창작오페라 '춘향'을 비롯해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여성독립운동가 김락의 삶을 다룬 창작 오페라 '김락', 오페라 '녹두' 등을 시청했다. 특히, 오페라 '김락' 중 대한제국 애국가와 고문 장면에서는 실제 독립운동을 했던 작곡가의 조부모의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해석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행사 말미에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그는 최근 K-콘텐츠의 잇따른 성공들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여긴다 밝혔다. 그는 "오페라가 저물어가는 장르라는 인식은 지극히 서구·유럽 중심적인 생각이다"라며 "우리의 정서를 음악에 잘 녹여내면 외국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통해 동구문화재단과 ARKO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는 지난 11월 체결한 업무 협약의 첫 발을 뗐다. 양 기관은 ▷국내 창작음악계 발전을 위한 사업 공유 및 가치 확산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추진 사업 홍보 및 상호 교류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ARKO한국창작음악제
ARKO한국창작음악제 '작곡가의 방 in 대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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