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에 더 강했다"…국난 극복 DNA로 미래 열자

2025 다시 뛰는 대한민국!
계엄 사태·대형 참사로 낯설게만 느껴지는 새해
수준 낮은 정치가 사회·경제에 악영향 전이시켜
온갖 악재 속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저력 발휘
선거구제 고쳐 공존의 정치부터 만들어나가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탄핵 정국 격변 속에 암울한 한해가 저물었습니다. 그 어느 해 보다 새해답지 않은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거센 파도에도 동해 가스전 탐사 시추에 착수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탄핵 정국 격변 속에 암울한 한해가 저물었습니다. 그 어느 해 보다 새해답지 않은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거센 파도에도 동해 가스전 탐사 시추에 착수한 '웨스트 카펠라 호'가 밝아오는 여명 속에 작업 등불을 하나둘 밝힙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건져 내고 대한민국 재도약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불빛이 되길 기대합니다. 31일 아침 경북 포항 남동쪽 해상에서 김영진 기자.

새해답지 않은 새해다. 무안에서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새해가 낯설게까지 느껴진다. 희망찬 새해를 앗아간 주범은 한심한 정치다. 정치 위기는 경제를 비롯해 사회 전체로 악영향을 전이시킨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지키는 데 쓰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권익·복리를 위해 복무하지 않고 상대 정파를 절멸시키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의 심각한 파행이다.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라는 상충된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언뜻 보면 민주주의가 다수결 만능주의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는 소수에 대한 존중을 통해 소외를 배제,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이뤄냈다. 오래전 19세기에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저술을 통해 알렉시스 토크빌이 경계했던 '다수의 폭정'을 민주주의는 훌륭하게 극복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거야(巨野)가 주도하는 우리 국회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전통조차 부정해 왔다. 소수 정파에 대한 배려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고, 경쟁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악마화를 통해 절멸의 정치를 거듭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 복수정당제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사법부는 과거를 재단하는 곳이지만 입법부는 미래를 보는 곳이다. 하지만 거야 주도의 국회는 반도체법이든, 전력망법이든, 미래를 잊은 지 오래다. 자고 나면 지나간 일을 소환하며 특검 도입 공세와 탄핵 난사로 날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평정심과 인내심을 상실했고 민주공화국의 통치자에게는 금기시되는 계엄이라는 무리수로 대응하다 탄핵이라는 대혼란을 불러왔다. 거야는 이런 상황에서 사태 수습에 나서기는커녕 또다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통해 사실상의 행정부 무력화를 시도,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위기로까지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통해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이들의 정치적 각성을 통해 민주화로의 이행에 성공,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민주화 선순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산업화 단계에서부터 국가는 성장해 갔지만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엔진인 정당은 저발전 상태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여당 국민의힘의 현주소 역시 이를 증명한다. 과대 성장된 국가와 저발전 상태의 정당이 비대칭 구도에 놓이면서 국회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채 격리돼 왔다.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제멋대로 국가 의제를 설정하는 직업 정치인 집단으로 변해 갔다. 국민 절대다수가 의원내각제 도입을 극구 반대하며 대통령제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 안이 어지러운 가운데 나라 밖에서도 우리의 숨통을 죄고 있다. 혈맹 미국에서마저 동맹을 거래와 계약으로 인식하는 대통령이 들어섰고, 북한은 대놓고 러시아와 편을 먹고 군사 위협을 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내우외환의 위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권을 회복한 나라들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빠른 속도로 위대한 발전 국가의 금자탑을 쌓은 나라는 없다. 우리는 맨손으로 번영을 성취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1990년대 외환위기를, 2000년대에는 금융위기를, 우리는 온갖 악재를 떨쳐내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혼란 앞에서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우리는 강한 위기 극복의 DNA를 갖고 있다.

개헌이라는 거대 담론도 좋지만 우리 헌법이 개정하기 매우 어려운 경성 구조임을 감안할 때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라도 고쳐 여야의 무한 대치 구도부터 풀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국회가 다원주의를 다소나마 회복하면 국회의 정치적 교착 상태가 해소되고 갈등 해결 능력을 정치가 갖추기 시작할 것이다. 국회가 바뀌면 능력 있는 민주정부와 경쟁 속 협력의 조화를 이뤄내면서 제도·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 즉 민주주의의 공고화 단계에도 이를 수 있다. 자본시장은 극도의 출렁거림을 멈추고 안정을 찾을 것이며 시장경제의 꽃을 피울 것이다. 이 기반 위에서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선진국을 이루고 열강의 재채기에도 흔들리는 반응 국가가 아닌 열강을 호령하는 적극 국가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가장 캄캄할 때는 새벽이 가까웠을 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2025년 새해 첫날을 맞이했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 어떻게 일군 나라인데 여기에서 주저앉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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