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크라 경유 러 가스운송 오늘 종료…유럽 비상

EU "영향 제한적" 강조…친러 헝가리·슬로바키아 반발
러 가스 유럽시장 지배력에 변화…타협 가능성도 제기

러시아 가스프롬[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가스프롬[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이용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유럽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럽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이 종료됐다.

가스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통해 3천720만㎥의 가스를 유럽에 공급했는데 전날 4천240만㎥보다 420만㎥ 적다. 2025년 1월 1일에는 가스 수송량이 '0'으로 떨어지게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운송 중단에 대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운송 종료가 EU 에너지 공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29일 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가스 계약이 체결되면 그때부터 '헝가리 소유'가 되므로 러시아산이 아닌 '헝가리산'으로 표기해 운송하자는 묘책을 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거부했다.

러시아산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에 도달한 뒤 체코와 오스트리아로 갈라져 전송된다. 헝가리는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가스관도 계속 운영되기를 바란다.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사실상의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현실적 문제인 에너지를 둘러싼 EU 내분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댄 요르겐센 EU 신임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르면 2025년 초 러시아 의존도를 더 줄이는 계획을 회원국에 제안할 것으로 보이지만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이번 '가스 분쟁'은 러시아가 여전히 EU에 경제·정치적 손해를 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한때 유럽 가스 시장을 장악했던 러시아가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 등에 점유율을 내줬고 이번 우크라이나의 계약 연장 거부로 유럽 시장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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