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판사 쇼핑' '영장 쇼핑' 비난 나오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 청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등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머무는 한남동 관저의 관할(管轄) 법원이 서부지법임을 고려했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지만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려 그렇게 한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영장 쇼핑' '판사 쇼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사실이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자신에게 유리한 판사를 고른다는 것은 우리 사법부 내에 동일한 잣대가 존재하지 않음을 앞장서 알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어 수사 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 기소를 요구하게 돼 있고, 중앙지검의 관할 법원은 중앙지법이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면 공수처의 의도대로 됐다. 공수처는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는데도 서부지법은 내란 혐의를 적시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게다가 영장을 청구한 주체는 '공조수사본부'(공수처+경찰)로 법 규정에 없는 임의 기구라 영장 청구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영장 전담 판사는 영장을 발부했다. 자의적 판단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뿐만 아니다. 이 판사는 수색영장에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못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 110·111조 규정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형사소송법에 어디에 그런 권한을 판사에게 부여했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가 2010년 공개한 회원 명단에 이 판사가 들어 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수사기관이 '판사 쇼핑'을 하고 그렇게 선택된 판사는 관련 법령에도 없는 조항을 영장에 마음대로 끼워 넣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법치의 붕괴라는 탄식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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