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정비 부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정비 능력 향상을 위해 정비사 수 증대는 물론 중대한 기체 결함을 보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LCC들이 엔진 수리와 같은 중정비를 해외에 맡기는 비율이 7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참사 원인과 관련,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과 이에 따른 기체 노후화, 정비 부실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정비에 국한된 정비인력 충원과 안전 투자 증대만으로는 LCC의 정비 역량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모든 LCC가 항공기 안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중정비 역량은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격납고를 보유하고, 엔진 고장 등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LCC들은 이러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국내외에 외주를 맡겨야 한다. 특히 국내 MRO 업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서비스(KAEMS·캠스)가 유일해 LCC들은 기체 고장 시 대부분 해외에 보수를 위탁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도 최근 브리핑에서 "일상 정비는 자체 수행하고 중정비는 MRO 업체로 보낸다"면서 "국내에 캠스가 있지만 슬롯(보수공간)이 제한돼 국내에서 일부 수행하고 나머지는 해외 MRO 업체로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LCC 수가 크게 늘고, 수리해야 할 항공기 수도 많아지면서 해외 위탁 비중과 수리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들의 해외 정비 비용은 2019년 1조2천580억원에서 2023년 1조9천898억원으로 4년간 58.2% 늘었다. 해외 정비 비중도 45.5%에서 59%로 13.5%포인트(p) 증가했다.
LCC들의 해외 정비 비용도 같은 기간 3천72억원에서 5천27억원으로 63.6%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 정비받는 비중도 62.2%에서 71.1%까지 뛰어올랐다.
항공기의 주요 결함이 의심될 때 10건 중 7건은 비행기를 해외로 보내야 정비가 가능한 셈이다.
대형 항공 사고를 일으키는 중대한 결함은 해외 정비에 기댈 수밖에 없어 LCC들에 대한 정비 부실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될 전망이다. LCC들의 정비 역량을 위해서라도 국내 항공 MRO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항공 MRO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에는 1천241억달러(16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산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8월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국내 MRO 정비물량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지난해 4월에야 MRO 클러스터인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기공식을 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대부분 해외 중정비 전문 업체에 수리를 맡겨야 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비 품질 향상은 항공 안전에 필수적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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