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곽동철 경북대 교수 "트럼프 2기 행정부 1기보다 더욱 강력할 것"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국내 기업, 보편관세에 대한 우려 커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 시급해"

곽동철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지난 2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곽동철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지난 2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보편관세 부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하루빨리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편관세 부과 시 반도체 분야 타격 클 듯"

곽동철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최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더 강력하게 무역국들을 상대로 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며 "트럼프는 관세를 수단 삼아 불법 이민자 문제 등 또 다른 정책적 목표를 이루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지난 1997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무관세로 수출입 되고 있다.

곽 교수는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현지 투자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서 효율적인 투자를 하던 기업들의 전략이 무의미해지고,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 투자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의 대미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천41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미국 수출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4년 7.2%로 대체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종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넣으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024년 21.7%로 약 8%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의 주요 지역별 반도체 수출 비중. 연합뉴스
한국의 주요 지역별 반도체 수출 비중. 연합뉴스

◆"배터리업계, 중국산 원료 비중 낮춰야"

곽 교수는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구경북에 있는 2차전지 기업들도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에 쓰이는 원료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는 탓이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부터 중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벌여왔다.

곽 교수는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원료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추진한 멕시코 공장 설립 등도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가 부과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중국 전기차가 미국 수출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무기로 적극적인 설득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트럼프의 가장 큰 무기는 '불확실성'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친분을 바탕으로 한 관계"라며 "단순히 선의에 기대기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WTO에 대한 트럼프의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가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시장 공략과 함께 수출 판로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트럼프는 그동안 WTO에서 진행하는 다자적인 협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비춰왔다. 자칫 WTO를 탈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올해가 지나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와 의회에서도 견제세력들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극단적인 정책 시행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리 각종 리스크가 산재해 있더라도 한국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우리나라 기업 특유의 기술력으로 리스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동시에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도 함께 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