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당의 드레스 코드 [최훈민의 심연]

첫번째 이야기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김태선 의원 페이스북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김태선 의원 페이스북

패션의 역사는 구김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업계는 구김 없는 원단을 구현하려 오랜 시간 싸워왔다. 천연섬유로 만든 원단은 대부분 구김이 심해 석유에서 나오는 폴리에스터 등 화학사(絲)로 원단을 개발하기 이르렀다.

화학사로 짠 원단은 천연섬유에 비해 주름이 잘 가지 않지만 습기를 잘 배출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패션업계는 두 원단의 단점을 타개하려 천연사와 화학사를 각각 가로세로로 직조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아예 천연사와 화학사를 꼬아서 만든 혼방사로 원단을 짜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패션업계는 화학공학의 발전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화학사를 겸용하는 대신 천연사로 짠 원단에 화학물질 한 스푼을 넣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 중 화학공학이 패션업계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링클 프리' 원단이다. 조금만 입어도 구겨지는 천연섬유도 화학 물질을 한 번 뿌려주면 구김이 거의 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민주당 민주당 보좌진을 비롯 당직자는 링클 프리 원단으로 된 옷을 입기 힘들어 질 것 같다. 무려 당 대표 수행실장이 "구김은 미학"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울산 동구 22대 국회의원이자 이재명 당 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의원은 이틀 전 무안공항 참사 국회 분향소에서 나란히 참배 중인 이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뒷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 분의 양복 모습이 많이 다릅니다. 그간의 행적이 달라서였겠지요!"라고 썼다.

사진 속 3명 가운데 이 대표 양복만 유독 구겨져 있었다. 구겨진 옷은 바쁜 행적을 드러낸다는 암시였다. 김 실장 심연엔 옷이 많이 구겨질수록 일을 많이 했다는 인식이 자리한다는 말이다.

이런 연유로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는 앞으로 옷을 살 때 되도록이면 링클 프리를 피하고 정장은 가는 실인 170수 이상 모(毛) 100%나 실크가 함유된 정장을, 셔츠나 바지는 되도록 린넨이 포함됐거나 면 100%인 것을 사는 게 좋다. 10분만 입고 있어도 주름으로 가득한 옷이 돼서다. 특히 유니클로 옷은 피하는 게 이로울 것이다. 유니클로가 링클 프리를 적극 도입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반일 기치에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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