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尹 관저 앞 집회 분위기 과격해져…일촉즉발 신경전

한남동 등 서울 도심 탄핵 찬반 세력 '밤샘 대치'
경복궁 사이 두고 맞불집회…"이재명 밟아" "윤석열 사형"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주최 시위 행렬이 이동을 막아서는 경찰과 충돌하며 부상자가 발생했다. 김지효 기자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대통령 탄핵 찬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주최 시위 행렬이 이동을 막아서는 경찰과 충돌하며 부상자가 발생했다. 김지효 기자

새해 첫 주말인 4일, 광화문과 대통령 관저 인근 등 서울 도심 곳곳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와 규탄 집회로 두동강난 채 몸살을 앓았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과정에서 양측 집회 분위기는 한층 더 과격해졌고, 경찰과 집회 참여자, 집회 간 충돌 가능성도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남동 관저 앞 '밤샘대치'…고성에 욕설, 경찰과 충돌도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대통령 관저를 둘러싸고 밤샘 집회를 벌인 탄핵 찬성, 반대 집회는 날이 밝아서도 계속됐다.

전날 관저로 진입했던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철수하자, 보수세력 집회 인원은 '승리'를 자축한 뒤 조금씩 줄어들었다. 반면, 민주노총 등 탄핵에 찬성하는 진보세력은 늦은 오후부터 결집하며 경찰 비공식 추산 1천명을 넘겼다.

찬성 측은 전날 밤 관저 주변을 행진한 뒤 일신빌딩 앞과 도시철도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반대 측은 한남초등학교 오른쪽 도로와 국제루터교회 앞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양 측은 대치 구도를 형성했다.

직접 제작한 깃발을 든 20대 장연우 씨는 "어제 공수처가 대통령 연행에 실패한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여기서 밤을 샜다. 3시간 자고 또다시 나왔다"며 "탄핵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국가적 문제라 생각해서 꾸준히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 장소 이동을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위 장소 이동을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차 빼라"고 외치고 있다. 김지효 기자

두 집회 대열 간 거리가 50m안팎에 불과한 한남대로28길 진입로 쪽에서는 수시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양측은 '빨갱이' '윤석열 사형' 등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흥분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바리케이트를 밀치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도 연출됐다.

경찰은 양 집회 참여자가 가깝게 자리잡은 곳에 차벽과 바리케이트, 경력을 집중 배치하면서 충돌을 막는데 안간힘을 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통제에 불만을 드러내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4일 오후 1시쯤, 민주노총은 일신빌딩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경찰이 도로 점거와 관저 방향 행진을 막으면서다. 민주노총 측은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경찰은 "두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응해 시민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시간당 100건이 넘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맞섰다.

결국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와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양쪽 모두 부상자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여성 조합원이 흉부 압박으로 구급차에 후송됐다"고 밝혔고, 경찰 측도 방송을 통해 "한 경찰관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조합원 3명을 연행해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나머지 1명은 입건되지 않았지만, 연행 후 격리조치됐다.

◆경복궁 사이에 두고 맞불집회…"이재명 밟아" "윤석열 사형"

비슷한 시각 광화문에서는 자유통일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이 주도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제각각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가운데, 경북 문경, 전남 순천 등 각 지역명이 적힌 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새벽 경북 상주에서 올라왔다는 70대 김상동씨는 "국가 전복의 위기 앞에서 사는 곳이 중요하겠느냐. 전국민이 광화문에 모여 북한추종세력들을 막아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막을 수만 있다면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또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한남동 집회에 참석했다는 60대 정옥순씨는 "'공수처가 철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어제는 대통령을 지켰으니, 오늘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외칠 차례"라고 했다.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과 태극기, 성조기 등을 흔들고 있다. 남정운 기자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과 태극기, 성조기 등을 흔들고 있다. 남정운 기자

집회 현장에서는 '윤석열 힘내라' '우리가 지킨다' 등 지지 구호 외에도 '이재명 밟아' '민노총 때려잡아 등' 반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젊은 세대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지난 집회 때 '2030청년들 제발 나와야 한다' 울부짖었더니 정말 그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면서 "진실의 힘이다. 더 나오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집회 막바지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무대에 올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윤 대통령 탄핵 찬성측은 오후 2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인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라고 쓴 피켓을 손에 든 채였다.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선 오후 4시부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탄핵 찬성 집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5시 반부터 종각역‧을지로 등을 지나 한국은행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두 집회의 중간 지대격인 경복궁 근처에서 양 집회 참가자간 신경전이 종종 벌어졌다. 한 남성이 "이재명 구속"을 외치자, 파란 목도리를 두른 여성이 "윤석열 사형"이라고 응수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보수단체, 한남동으로 세력 집중할 듯…충돌 우려도

오후 4시 20분쯤 전광훈 목사는 한남동으로 이동해 다시 집회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는 여기까지 하고,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으로 함께 이동해달라. 지금 민노총이 관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외쳤다.

전 목사 발언에 따라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에서 한남동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충돌‧사고 우려도 커졌다. 광화문에서 도시철도를 이용해 관저 근처로 이동할 경우, 한강진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진행 중인 찬성집회 현장을 지나쳐야하기 때문이다.

양측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한강진역 2번 출구 앞 인도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오후5시21분부터 도시철도 6호선의 상하선 열차 모두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결정했다.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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