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송지혜] 공연을 많이 보겠다는 새해 다짐, 그 의미와 가치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세운다. 한 해를 잘 살아보겠다는 각오로, 누구나 한 번쯤은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다지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2025년 신년을 맞아 공연장 로비의 소망 트리에도 '다이어트', '금연' 등 흔히 볼 수 있는 목표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 중 '공연을 많이 보겠다'는 다짐을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매우 반갑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다짐은 단순한 예술적 안목을 기르고 감정을 정화하는 것 이상의 깊은 목적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만약 다이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신감이고, 금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건강이라면 공연을 많이 보는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궁극적인 소망은 어떤 것일까?

최근 몇 년간 공연 현장에서 관객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짧고 간단한 콘텐츠에 익숙해져 가는 걸 보며, 공연 도중 자리를 떠나거나 끝까지 감상하지 않는 일이 많아졌고, 예전처럼 공연을 보러 먼 도시에 원정을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 집에서 핸드폰으로 잘 편집된 공연 장면을 보며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영화는 2분으로 요약되고, 책은 30초 내레이션으로 축약되는 시대에, 몇 시간씩 몰입해 공연을 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빠르고 간편한 소비는 우리의 문화적 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나 역시 유튜브나 틱톡으로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를 접하면서도, 가끔은 허탈함과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살며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그 속에서 점점 잃어가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짧고 자극적인 정보 속에서, 우리는 종종 깊이 있는 사고나 성찰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공연을 많이 보겠다'는 다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점점 잃어가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을 되찾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적 경험을 쌓겠다는 것 이상으로, 깊은 사고와 감동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 나아가, 이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ㅡ여유, 집중, 그리고 깊이를 되찾으려는 노력이다.

2025년, 누군가의 새해 소망처럼 '공연을 많이 보겠다'는 다짐은 우리의 내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여정이 될 것이다. 공연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음의 풍요로움을 감상하는 일은 결코 시간이 허투루 흘러가는 것이 아닐 것이니, 그 시간이 삶의 깊이와 의미를 채워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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